美 시카고서 이웃간 불화가 총기난사로 이어져…5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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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 아파트 총기 난사 사건 용의자 크리스토프 마렉 [시카고 경찰=연합뉴스]

미국 시카고 아파트 총기 난사 사건 용의자 크리스토프 마렉 [시카고 경찰=연합뉴스]

미국에서 이웃 간 감정 싸움이 총기 살해 사건으로 이어졌다. 네티즌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고펀드미'(Go Fund Me)를 통해 피해자들의 장례 비용 마련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은 시카고 북서부의 한 아파트에서 지난 12일 한 60대 남성 크리스토프 마렉이 이웃 주민 5명에게 총을 난사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총을 난사한 크리스토프 마렉(66)은 일급살인 혐의로 체포 수감됐다.

보도에 따르면 마렉은 지난 12일 같은 건물 2층 이웃집을 찾아가 일가족 4명에게 총을 발사한 뒤 3층으로 올라가 또 다른 이웃에도 총격을 가했다.

당시 총성을 듣고 문밖을 살피다 마렉을 봤다는 한 주민은 "그는 온 몸을 떨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마렉은 범행 후 집으로 돌아가 총기를 두고 아파트를 나서던 중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기소됐다.

집을 나서다 경찰과 만난 마렉은 스스로 "나를 찾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그랬다"고 자백했다.

경찰에 따르면 마렉의 집에는 폴란드어로 "자비는 없다. 그들은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 적힌 '메모' 2건과 이웃과의 갈등을 짐작할 수 있는 암호 같은 글도 여러 건이 발견됐다.

검찰은 마렉이 장거리 트럭기사로 오래 일하다 은퇴했으며 한때 주민회의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임대료와 거주자 회비가 밀려 강제 퇴거 위기에 놓여이며 이웃들과 갈등을 빚었다고 했다. 또 화를 잘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마렉의 변호인은 이웃과의 갈등이 총격사건의 직접적인 동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마렉을 향한 주민 평가는 나뉘었다. 한 주민은 마렉이 아파트 주민들과 종종 언쟁을 벌이기는 했으나, 비교적 친절하고 겸손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주민은 마렉이 두 달 전, 이번 사건 피해자 중 한 명의 아들을 때려 경찰이 출동했고, 지난 주에도 둘 사이에 갈등 상황이 벌어졌다고 증언했다.

사법당국은 "직접적 범행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미국 네티즌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고펀드미'(Go Fund Me)를 통해 피해자들의 장례 비용 마련에 나섰다. 고펀드미에 개설된 피해자들 장례 비용 마련 모금운동에는 하루 만인 15일 현재 1000여 명이 참여, 목표액 3만7000달러를 웃도는 5만2845달러를 모금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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