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휴일에 여권 고위급이 총출동해 ‘조국 방패막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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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일요일인 어제 검찰 개혁을 논의하는 당·정·청(여당·정부·청와대)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 이낙연 국무총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국 법무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김조원 민정수석 등이 모였다. 주요 참석자 모두발언이 공개됐는데, 몇몇 방송이 생중계했다. 휴일에 여권 고위급 인사들이 총출동한 이 행사는 뭔가 급박하게 해결해야 할 중대사가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이들의 발언에는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검찰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내용도 있었다.

이 원내대표는 “국민은 촛불을 들고 검찰의 무소불위 행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조국 수호’ 구호가 나온 집회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여당이 조 장관 일가의 위법을 감싸고 도는 모습에 분개해 서울 광화문으로 나온 시민들의 목소리에는 아예 귀를 닫은 듯하다. 이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국민 요구가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에서 정당이 당리당략을 위해 정쟁으로 국민 요구를 외면하면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이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했던 말 그대로다.

이 회의에서 조 장관은 검찰 개혁과 관련해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끝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개혁을 막으려고 자신에게 칼을 겨누는 바람에 ‘무슨 일’을 당하고 있다는 뉘앙스가 담겼다. 자신을 순교자로 포장하는 말과 적반하장식의 태도가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다. 지금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이라는 중대한 가치를 흔들며 진정한 개혁을 가로막는 이들이 바로 조 장관을 비롯한 여권이다.

어제 회의의 주요 안건은 검찰 특수부 개편이었다. 특수부를 반부패수사부로 이름을 바꾸고, 조직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개명이나 조직 축소를 추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해치워야 할 일이 아니다. 여권은 15일의 국무회의에서 이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맡은 검사 중 일부가 다른 곳으로 발령날 수가 있다. 조직 개편에 따른 검찰의 혼란과 위축도 예상된다. 어제 회의가 이것을 노린 것이었다면 지금이라도 계획을 바꾸기 바란다. 그런 뻔한 속셈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국민이 바보가 아니다. 검찰 개혁은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끝난 뒤에 차분하게, 합리적으로, 정도를 걸으며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