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줄기세포 법안에 첫 거부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9일 의회를 통과한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 촉진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부시 대통령 취임 이래 첫 거부권 행사다. 백악관 측은 그간 이 법안이 '윤리적 한계(moral line)'를 넘어섰다며 거부권 행사를 공언해 왔고 상원을 통과한 다음날 이를 강행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이 법안은 무고한 생명의 희생을 촉진시킬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의 이유를 밝혔다. 백악관은 거부권 행사의 효과를 극대화하려 한 듯 대통령 주변에 냉동 배아를 입양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갖게 된 가족들을 포진시켰다.

부시는 이들을 가리키며 "인간 배아는 존엄성을 가진 인간 생명체이지 결코 잉여 부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앞서 부시 행정부는 2001년 연방 자금을 쓸 수 있는 연구 범위를 이미 확보된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로만 제한했다. 줄기세포 생성과정에서 배아가 파괴된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공은 다시 의회로 넘어왔다.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하면 법안을 되살릴 수 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재의결을 위해서는 상원에서는 기존 찬성표에 4표가 더 필요하고 하원에서는 50표가량이 추가돼야 한다.

일격을 당한 민주당 의원들은 줄기세포 법안을 11월 중간선거에서 주요 쟁점으로 삼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해리 라이드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은 미국민들의 의사를 부인하고 수백만 난치병 환자의 희망을 깔아뭉갰다"며 "이번 싸움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공화당 내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11월 선거를 앞둔 의원들로서는 줄기세포 연구에 우호적인 여론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빌 프리스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나 또한 생명보호론자지만 대통령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거부권 행사를 비판했다.

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