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개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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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개미'- 이선영(1964~ )

개미 한 마리가 방 안을 기어다닌다

개미가 내 몸에 닿을까봐

나는 개미를 피해 자꾸 방 안을 옮겨다닌다

방이 좁아진다

개미 한 마리가 방 하나를 다 가져간다

내 마음의 방 안에 개미 한 마리가 기어들었다

개미가 온 방 안을 돌아다닌다

나가지 않는 개미 한 마리를 피하려다

내 마음의 단칸방 하나가 통째로 개미의 차지가 된다


방은 배타적이다. 다른 사람, 다른 생명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외부 공기도 여간해서는 출입할 수 없다. 현대인의 실내는 '무균실'과 다름없다. 살균제.살충제.방향제 등과 함께 냉.온방 시스템이 24시간 돌아간다. 마음이라는 방도 마찬가지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 이른바 타자를 수용하는 능력이 거의 없다. 자연을 정복했다고 큰소리쳐 온 근대인의 후예들이 개미 한 마리를 보고 혼비백산한다. 다른 생명을 두려워한다. 이를 두고 문명화 과정이라고 하는가? 괴이쩍다.

<이문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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