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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 좋은 상품이 금융사에도 좋을까? 사실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53)

‘우리은행 독일 일 원금 100% 손실 첫 확정…1억원이 190만원으로’

‘48명이 83억원 다 날렸다’

‘DLF, DLS 원금손실 위험 상황서도 판매…4558억 날릴 처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의 손실 사태를 다룬 기사의 무서운 제목들입니다. 평생 모은 자산을 안전하다는 말에 투자한 당사자들에게는 마치 무서운 사형선고처럼 다가갈 수도 있는 말들입니다. 부산저축은행사태, 중소기업들에 큰 손해를 끼쳤던 키코(KIKO) 등 지금까지 다양한 금융사고와 사건들이 있었지만, 이들과 비교할 때 금융기관의 잘못이 명백한 사건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투자자 피해에 대한 보상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금융회사 부실판매 책임 물어야

다양한 금융사고와 사건들이 있었지만 투자자 피해에 대한 보상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진 pixabay]

다양한 금융사고와 사건들이 있었지만 투자자 피해에 대한 보상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진 pixabay]

이런 아픔은 늘 금융회사의 욕망과 소비자의 무분별한 투자, 두 가지가 함께 작용해 발생합니다. 하지만 수수료 수입을 올리기 위해 제대로 설명도 없이 위험한 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의 욕망과 부실 판매에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고객님이 원금을 다 잃을 수 있는 경우라는 걸 저희가 말씀 안 드리고 판매한 것도 맞고요”, “저희도 본사에서 강하게 판매하라는 교육을 받았지만 정말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차마 몰랐습니다”….

은행원들의 이런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불완전판매임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물론 이렇게 될 줄 알면서 팔지는 않았겠지요. 하지만 이런 상품을 판매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고지의무, 투자자의 투자성향분석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큰 문제이지요. 만약 투자자들이 확률은 낮지만 원금이 100% 날아갈 수도 있다는 말을 확실히 듣고도 투자했다면 투자자의 잘못이 크겠지요. 하지만 4% 정도 수익을 받겠다고 원금손실이 될지도 모르는 금융상품에 전 재산을 투자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이번 DLS·DLF사태 발생의 주원인은 금융회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불완전판매를 한 금융회사나 판매직원에게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들 상품을 구입한 투자자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안전한 예금상품으로 추천받았다, 채권에 투자하는 것과 채권금리에 투자하는 것의 차이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분이 많습니다. 마치 사기를 당한 것 같은 분노와 잃어버린 돈에 대한 아픔이 동시에 끓어오를 겁니다.

금융당국도, 금융회사도 책임이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 책임은 투자자가 지게 됩니다. 이번처럼 상대적으로 판매과정에서 명확한 문제가 보이면 해결이 조금 쉬울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겪는 고통도, 마지막에 책임질 일도 결국 투자자의 몫으로 남게 됩니다. 100% 손실보전은 그리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좀 더 똑똑해지고 지혜로울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사고의 주원인은 금융회사와 금융당국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 책임은 투자자에게 주어진다. [사진 pixabay]

금융사고의 주원인은 금융회사와 금융당국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 책임은 투자자에게 주어진다. [사진 pixabay]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세 가지 해결책을 생각해 봅니다. 투자란 늘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지만 잘 몰라서 내 소중한 돈을 날려버리지 않으려면 우리의 생각과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조금 더 똑똑해져야 합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나누고 싶은 아주 단순한 세 가지 생각만으로 우리는 조금 더 똑똑해질 수 있습니다.

고객도 좋고 회사도 좋은 상품 없다 왜?

‘금융기관’이라는 단어와 ‘금융회사’라는 단어 중 어떤 말이 더 익숙한가요. 많은 투자자가 금융기관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의식적으로 ‘금융회사’라는 말을 써야 합니다. 기관이라는 말은 왠지 공공의 영역에 있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조직처럼 느껴집니다.

절대 아닙니다. 다른 상품과 달리 금융상품은 회사에 좋으면 고객에게 좋지 않고 고객에게 좋으면 회사에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에게도 좋고 회사에도 좋은 금융 상품은 거의 없습니다.

금융회사는 고객이 아니라 회사에 좋은 금융상품을 많이 파는 직원을 좋아하고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승진을 시키는 돈의 논리에 가장 민감한 회사입니다. 게다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직업윤리도 바닥입니다. 이런 회사에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내 돈을 맡기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고 그런 무책임은 대가를 치르곤 합니다.

금리연계 파생상품이 무엇인지, 후순위채권이 무엇인지 아주 구체적으로 알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우리가 투자하는 상품이 어떤 위험이 있는지, 어디에 투자하고 어떤 수익구조를 가졌는지 모르면 물어보고 확인하자는 것입니다. 독일국채에 투자하는 것과 독일국채금리연계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제로금리, 마이너스금리인 상태에서 5% 금리를 어떻게 주는 것인지, 파생상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잘 이해가 안 간다면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설명을 듣지도 않고 설명서를 받지도 않았으면서 ‘설명을 잘 들었습니다’ ‘자료를 받았습니다’에 사인하지 말고 설명해 달라고, 자료를 달라고 해야 합니다. 그래야 피 같은 돈을 잘 지킬 수 있습니다.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의 다양한 인터뷰를 보게 됩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대부분이 인터뷰에서 공통으로 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금융기관이어서, 은행 다니는 직원이어서 ‘믿었다’ 는 표현이 가장 많이 나옵니다. 믿지 말아야 합니다. 믿지 말고 묻고 따져야 합니다. 그래야 내 돈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의사·변호사보다 더 필요한 돈 전문가

일상에서 곁에 있으면 도움이 되는 전문가들이 참 많지만, 그중에 돈 전문가가 제일이 아닐까. 저축이나 투자를 고민할 때 의견을 물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사진 pixabay]

일상에서 곁에 있으면 도움이 되는 전문가들이 참 많지만, 그중에 돈 전문가가 제일이 아닐까. 저축이나 투자를 고민할 때 의견을 물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사진 pixabay]

집안이나 지인 중에 의사 한명 있으면 참 도움이 많이 됩니다. 변호사 등을 포함한 법률 전문가도 도움이 되지요. 하지만 가장 크게 도움이 되는 전문가가 바로 ‘돈 전문가’입니다. 저축이나 투자를 할 때 내가 편하게 물어보고 상담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주위 전문가에게 ‘은행에서 DLF라는 상품을 파는 데 금리를 5% 주는데 괜찮을까”라고 물었다면 아마도 저는 투자하지 말라고, 투자하더라도 가진 돈의 일부분만 투자하라고, 위험하다고 말했을 것입니다.

주위에 오랫동안 금융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을 한번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가끔 밥도 사고 커피도 사면 더 좋고요. 중요한 시기에 이런 전문가의 스크린을 한번 받고 투자하는 것과 그냥 투자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반복되는 금융사고를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이제 이런 글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마도 이런 일을 또 생길 것입니다. 인간의 탐욕과 무지는 계속 반복되니까요. 다만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피해자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신성진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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