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 '복면금지법' 시행…시위 때 마스크 쓰면 징역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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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1일 홍콩 도심 시위에 참가한 마스크를 쓴 시위대. [로이터=연합뉴스]

8월 21일 홍콩 도심 시위에 참가한 마스크를 쓴 시위대.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 법안' 송환법 반대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시행한다.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은 4일 오후 3시(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5일 0시부터 복면금지법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복면금지법은 공공집회나 시위에서 마스크, 가면 등의 착용을 금지하는 법이다. 시위대는 그동안 주로 신분을 숨기기 위해 마스크 등을 착용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 넉 달 동안 400여 번의 시위가 있었고, 300명 가까운 경찰을 포함한 1000여 명의 부상자가 있었다"며 "특히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폭력 사태가 고조했다. 폭력이 고조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관련 법규를 검토했다"고 법 시행 배경을 밝혔다.

복면금지법에 따라 홍콩 시민들은 집회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공공집회나 시위에서 마스크나 가면 등을 착용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최고 1년 징역형이나 2만5000 홍콩달러(약 380만원)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만 질병 등 의학적 이유나 종교적 이유를 내세워 마스크를 착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경찰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마스크를 벗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에 불응하면 최고 6개월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복면금지법 시행 소식이 전해지자 홍콩시민들은 시내 곳곳으로 나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복면금지법 반대한다", "폭도는 없다. 폭정만 있다", "경찰을 해체하라", "홍콩과 함께 자유를 위해 싸우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특히 홍콩 경찰도 마스크를 쓰고 식별번호도 숨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복면금지법이 시행되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거리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홍콩 시민은 "캐리 람 장관이 시민과 대화를 한다고 하더니 곧바로 복면금지법을 들고나왔다"며 "이제 신뢰나 대화의 기반은 산산조각이 났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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