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광장 민심 받아든 청와대 “따로 드릴말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서로 다른 두 개의 광장 민심을 받아든 청와대는 현재로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 일대에서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열린 데 이어 3일에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범보수 단체의 주관으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자유한국당과 보수단체rk 예고한 대로 3일 광화문 일대, 서울역, 청와대 앞 등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동시다발적 집를 펼쳤다. 시민들이 태극기를 여닝어 들고 청와대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자유한국당과 보수단체rk 예고한 대로 3일 광화문 일대, 서울역, 청와대 앞 등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동시다발적 집를 펼쳤다. 시민들이 태극기를 여닝어 들고 청와대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청와대는 광화문 집회 다음 날인 4일에도 관련 언급을 자제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4일 “따로 드릴만 한 말씀이 없다”며 “언론을 통해서 저희도 상황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 집회 당일과 마찬가지로 이날 오전 노영민 비서실장 주재 오전 현안점검회의에서 전날 집회 상황에 대한 보고만 이뤄졌다고 한다.

 청와대가 공식 반응을 내지 않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진과의 티타임에서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에게 관련 상황이 보고는 된 것이냐는 질문에 한 청와대 관계자는 “누구나 다 신문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으냐”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서초동 촛불 집회 때에도 공식언급을 하지 않았다.

 현 상황은 서초동 집회 때와 또 다르다고 분석한다. 광장과 거리를 두었던 보수 진영도 반격했다는 점이다. 진보 진영이 5일 서초동 집회를 통해 '응수'할 가능성이 있다. 이후 양 진영 간 세 대결이 반복되며 국론분열 양상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는 3일 광화문 집회에 예상을 뛰어넘는 인파가 몰렸다는 점에 놀라면서도 이와 관련된 언급을 함구하고 있다. 청와대가 어떤 반응을 내놓든 간에 양 진영 간 갈등이 더욱 격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광화문 집회 흥행으로 고무된 자유한국당에 장단을 맞춰줄 필요가 없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집회를 자유한국당의 동원 집회라고 ‘폄훼’한 여당의 시각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 서초동 촛불 집회 때엔 문 대통령 언급은 없었지만 청와대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누구도 예상 못 한 숫자의 사람이 모였다. 수많은 사람이 촛불을 들고 한목소리를 외쳤다는 것을 당연히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내서 국민통합 행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과 양 진영이 이를 자성하기보다는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이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분열 양상이 지속하면 문 대통령으로서도 집권 중반 국정 운영하는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청와대 한 참모는 “내부에서도 생각이 다 다르다”면서 “어떻게 분열된 국론을 통합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말인 5일 서초동에서 열리는 대규모 촛불 집회를 지켜본 뒤 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관련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논란이 되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현재로선 전혀 논의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최근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고 다시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 마련을 지시한 만큼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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