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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 이상재 시구 후 100년, 전국체전 오늘부터 7일간 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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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회 전국체전에 해당하는 전조선 야구대회에서 시구하는 이상재 선생(오른쪽). [사진 대한체육회]

1회 전국체전에 해당하는 전조선 야구대회에서 시구하는 이상재 선생(오른쪽). [사진 대한체육회]

올해로 100회째인 전국체육대회가 4일 개막한다. 이번 대회는 1회 대회 개최 도시였던 서울에서 열린다. 4일 잠실종합운동장 개막식으로 시작해 10일까지 진행된다.

1920년 전조선 야구대회가 출발 #도쿄 올림픽 앞두고 스타 총출동

전국체전의 출발은 1920년 11월 서울 배재고보 운동장에서 열린 ‘제1회 전조선 야구대회’다. 당시 하얀 두루마기 차림에 야구모를 쓴 월남 이상재 선생 시구 사진이 지금도 남아있다. 식민지 조선에서 스포츠는 조선인의 정체성을 되새길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무대였다. 이듬해 정구와 축구를 더해 ‘조선체육대회’로 이름을 바꿨다.

1945년에는 해방을 축하하는 종합 경기 대회가 열렸다. 고 손기정 선생이 이 대회에서 기수를 맡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손기정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세계기록으로 금메달을 땄지만, 가슴에 있던 일장기 때문에 기뻐하지 못했다. 전국체전을 밑거름으로 한국 스포츠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전국체전에는 종목별 국가대표가 총출동한다. 1년도 남지 않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비해 전력을 점검하고 메달 가능성을 가늠하는 기회다. 지난해 체전 사격 2관왕 임하나(19)와 2017년 체전에서 비공인 세계 신기록을 쏜 진종오(40)의 활약에 관심이 쏠린다. 이 밖에도 태권도 이대훈(27), 수영 박태환(30), 양궁 김우진(27), 유도 조구함(27), 펜싱 오상욱(23) 등 올림픽 또는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의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

한 세기를 보내고 새로운 세기를 맞이할 전국체전은 적지 않은 과제도 받아 들었다. 아마추어 종목의 경우 선수들이 전국체전에 집중하면서 발전보다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른바 ‘전국체전용 선수’ 논란이다. 체전 기간과 그 전후로는 중요 국제대회가 열려도 불참하는 경우까지 있다.

정용철 서강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선수의 경기력이 퇴보하고 전국체전용에 머무는 것에 대한 책임을 선수에게만 전가하면 안 된다. 어느 지역이 메달 몇 개를 따서 1위를 하느냐에 목을 메는 상황이지 않나. 대한체육회가 나서서 더 많은 사람이 즐겁게 참여하는 축제의 장이 되도록 구조 개선을 해나가야 한다. 국위 선양과 경기력 향상에 올인하는 스포츠 정책은 유효기간이 다 됐다. 이제는 미래지향적 관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을 흔히 ‘메가 스포츠 이벤트’라고 부른다. ‘메가’는 ‘뻥튀기했다’는, ‘이벤트’는 ‘일시적’이라는 뜻이다. 이젠 확장된 상상력을 가지고 ‘메가’ 대신 ‘풀뿌리’, ‘이벤트’ 대신 ‘연속성 있는 축제’를 고민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전국체전은 ‘남한’ 체전이었다. 올림픽 남북공동개최를 추진하는 만큼, ‘진짜’ 전국체전이 되도록 다음 10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7개 종목(시범경기 2종목 포함)의 경기가 열리는 이번 전국체전에는 17개 시·도와 18개 해외동포 선수단 3만여명이 참가한다. 대회 성화는 지난달 22일 강화도 마니산에서 채화됐으며, 임진각과 마라도, 독도에서도 특별히 채화했다. 성화 봉송은 전국 17개 시·도와 서울시 25개 자치구 등 총 2019㎞에 걸쳐 진행됐다. 서울시는 이번 성화 불꽃이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까지 이어지도록 영구 보존할 계획이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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