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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자긍심 위해 싸우는 정치가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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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난 보수다. 하지만 굳이 말하면 '열린 보수다'."

일본의 유력한 차기총리 후보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은 20일 출간되는 자신의 저서(사진) '아름다운 국가로'에서 "일본을 자신감과 자긍심을 갖는 국가로 만들고 싶으며 나는 '싸우는 정치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총리가 됐을 때의 외교.내치 구상과 북한에 대한 감정, 그리고 악화돼 있는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밝혔다.

자신이 강경 이미지로 비치고 있는 데 대해선 "나는 큰 소리로 '보수주의'를 외칠 생각은 없으며, 나에게 보수라고 하는 것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생각의 자세를 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북한에는 제재가 필요"=그는 최근의 미사일 사태와 관련해 북한을 제재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오래전부터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했다"며 "발사 당일 새벽 총리 관저에서 주일 미국대사와 긴급 회의를 연 것도 일본과 미국의 정보교환과 연대, 그리고 일.미 동맹의 강력함을 국내외, 특히 북한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 대해 경제제재를 하면 지배계급이 배고파지기 전에 서민들이 기아에 빠질 것이란 비판도 있으나 예컨대 북한산 모시조개의 수출이 멈추면 군과 당의 외화벌이가 멈추게 돼 오히려 그 모시조개가 서민들 입속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아베 장관은 또 "북한은 이제 빈곤이 (사회의) 중간계층인 동요계층으로까지 퍼져 경제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기 쉬운 상황"이라며 "무역 및 송금 정지와 선박 입항금지는 권력의 핵심에 확실하게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막힌 외교문제 해결할 것"=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일본은 오랜 기간 한국으로부터 문화를 흡수해 온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한류 붐은 결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한 뒤 "나는 한.일 관계에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아베 장관은 "우리들이 과거에 대해 겸허하며, 예의바르게, 미래지향적으로 마주 볼 때 양국 관계는 보다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나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그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선 경제연대협정(EPA)의 체결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 억지력과 극동지역의 안정을 생각할 때 미국과의 동맹은 불가피하며 미국의 국제사회에 대한 영향력.경제력, 최강의 군사력을 고려할 때 일.미 동맹은 최고의 선택"이라며 미국과의 관계를 최우선시할 뜻을 분명히 했다.

중국과의 문제에 대해선 별도 장(章)을 할애해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중.일 문제는 정치 문제를 경제 문제로 불똥이 튀지 않게끔 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원칙만 공유할 수 있다면 관계 악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과 인도.호주.일본의 정상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신설할 것과 중앙아시아.터키 등과 연대할 필요성도 주창했다.

◆ '반 아베' 세력도 결집 가시화=한편 자민당 총재선거를 2개월 앞두고 '반(反) 아베' 세력을 결집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일본 정계 실력자인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전 부총재가 이끄는 야마사키파는 18일 총재 선거를 겨냥한 '정권 비전'을 발표, 아베 장관에 사실상 도전장을 던졌다.

총재 후보의 한 명으로 꼽히는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재무상이 이끄는 다니가키파도 "현재 중.일 관계는 이상한 관계"라고 비판한 정책 제언을 내고 아베 장관과 대립하기 시작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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