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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위험관리시스템 강화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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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첫째는 시설 보완과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한 위험관리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농토 침수는 흙으로 만든 부실한 둑이 무너지면서 발생하는데, 배수시설에 문제가 있다. 배수시설의 80%가 가동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전봇대가 무너져 전기가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전봇대를 복선으로 설치하거나 배수장을 연결하는 전기공급로를 지하에 묻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논농사를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논은 홍수를 조절하고, 지하수를 저장하며, 공기를 정화하고, 토양 유실을 방지한다. 논은 홍수 때 약 36억t의 물을 가두어 둘 수 있다. 춘천댐 총 저수량의 24배나 된다.

둘째로 생산기반 정비와 재해방지시설 확충을 통해 위험 대비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농산물 수급에 대한 관측정보 활용 능력을 키워 위험요인을 사전 제거해야 한다. 미국.일본은 100여 개의 태풍감지 장치들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몇 개에 불과하다. 다양한 농작물 재해보험이 있는 미국.일본에 비해 우리는 새롭게 도입하고 있지만 가입 범위가 좁아 실질적인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는 연방작물 보험, 작물보험 가입 대상 이외의 작물 지원, 긴급 재해 융자 등 주요 재해 지원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이들 프로그램은 항구적으로 승인된 규정으로 기금으로 운영된다.

우리도 우선적으론 시설 보완과 최대한의 농가 지원 대책을 세우는 한편 장기적으론 선진국처럼 다양한 재해 보상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또 벼농사의 공익적 가치를 전 국민이 지원하는 든든한 기반이 만들어져야 지속가능한 농촌이 될 수 있고, 더 큰 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

전성군 농협대 중앙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