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시론

재해, 예방이 먼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수해는 거의 매년 반복되고 판에 박은 듯한 수해대책 또한 되풀이되고 있다. 가뭄과 홍수는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천재지변이지만 거의 매년 반복된다면 이는 인재라고 할 수도 있다. 수해는 사전에 대비하면 피해를 최소로 줄일 수 있다. 이제는 사후 복구나 지원 조치가 아닌 근본적인 예방대책을 세워야 한다.

근래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형 가뭄과 홍수는 지구 온난화, 엘니뇨.라니냐 등 세계적인 기상이변에 의한 것으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우리는 강수량의 계절적.지역적 편차가 심하고 국지성 집중호우도 잦은 편이다. 더욱이 인구의 도시집중과 토지이용의 고도화 등으로 피해 규모가 대형화하는 추세다.

우리는 최근 10년 동안 가뭄과 홍수 피해를 번갈아 겪고 있다. 2002년 8월 남부지역의 집중호우와 태풍 루사로 27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액도 6조원에 이르렀고 이를 복구하는 데 9조원이 들어갔다. 당시 강릉지역에만 하루 870㎜라는 기록적인 호우가 내렸다. 1년에 내리는 강수량의 70%가 하루에 쏟아진 셈이다. 연이어 다음해에도 집중호우로 131명의 인명피해와 4조2000억원이 넘는 재산피해를 봤다.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물 관련 자연재해로 인한 연평균 피해액은 약 1조6000억원에 이른다. 교통사고와 화재로 인한 연평균 피해액 6700억원을 훨씬 웃도는 데다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에 큰 피해가 발생한 남한강 유역은 충주댐 하나로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충주댐은 북한강의 소양강댐보다 유역 면적이 2.5배 넓지만 규모는 작다. 더구나 하류의 지세마저 평탄해 큰 피해가 예상되었다. 2000년 중단한 동강의 영월댐이 계획대로 건설되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홍수도 시간이 지나면 쉽게 잊어버릴 것이다. 여름에는 홍수 대책으로, 남은 계절은 용수 확보를 위한 상반된 재해 대책으로 늘 고심하고 있다. 이수(利水)와 치수(治水) 관리는 서로의 역할과 기능은 다르나 편중된 강우에 대비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분리할 수 없다. 넘치는 물을 모았다가 남은 기간에 이용하는 게 기본원칙이다.

댐 건설은 많은 논란을 일으켜 왔다. 다목적댐은 홍수 조절과 수자원 확보라는 긍정적인 면이 크지만 환경생태계의 변화와 사회적 문제로 반대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댐 건설에 우리의 생존이 걸려 있다면 환경파괴를 내세워 꼭 반대만 해야 하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영월댐 건설이 중단된 동강은 그 후 유지.관리는 팽개친 채 유원지로 변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보다 나은 환경을 유지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동강을 유원지로 만드는 것이 보다 나은 환경의 보전인지도 의문이다. 댐 건설은 환경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기존 지역과의 조화를 고려한 종합적인 계획 수립을 통해 추진해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의 치수 방재계획을 위해 몇 가지 제안한다.

첫째, 재해 관련 예산을 늘리고, 복구가 아니라 예방사업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 최근 사회기반시설 예산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재해 관련 예방 투자비는 전체 예산의 41%에 불과하다.

둘째, 치수사업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하는 안보와 국가경제적 측면에서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사회와 환경.사회단체는 다양한 의견과 대안을 제시하되 종합적인 판단은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셋째, 정부는 확신을 갖고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최근의 정부 시책은 신중함이 지나쳐서인지 우유부단하고, 때로는 정책결정의 자율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확정된 국책사업을 이해관계와 반대에 부닥쳐 취소하거나 보류한다면 결국 국가예산의 낭비를 초래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될 뿐이다.

심명필 인하대 교수·토목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