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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파 수증기+북쪽서 온 찬공기…제주 거대 비구름 750㎜ 물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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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17호 태풍 ‘타파’가 ‘물 폭탄’을 몰고 오면서 21일부터 제주도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곳곳에 폭우가 쏟아졌다.

21일부터 22일 오후 7시까지 제주 한라산 어리목에서는 752㎜의 강수량이 기록됐고, 한라산 윗세오름에도 664.5㎜의 폭우가 퍼부었다. 한라산에는 22일 오전 한때 시간당 40㎜가 넘는 굵은 장대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제주 시내에도 279㎜의 많은 비가 내렸다.

또, 지리산이 있는 경남 산청에도 194.5㎜의 비가 내렸고, 광양 백운산 237.5㎜, 경남 거제 248.5㎜, 울산 176.7㎜, 포항 165.2㎜ 등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가을 태풍이 비를 많이 뿌린다는 점을 고려해도 엄청난 강수량이다. 태풍 ‘타파’로 인해 전남 여수에서 최대순간풍속 초속 42.2m(시속 152㎞)의 강풍이 관측되기는 했지만, 태풍 타파는 바람 태풍이라기보다는 비 태풍의 위세를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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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제13호 태풍 ‘링링’이 서해안을 따라 북상할 당시에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에서 초속 52.5m(시속 189㎞)의 바람이 관찰된 바 있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태풍 타파가 몰고 온 수증기가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와 만나면서 태풍 전면에 거대한 비구름이 만들어졌다”며 “이 때문에 강수 지속 시간이 길어졌고 강수 강도도 매우 커 전반적으로 강수량이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1일 서울 5㎞ 상공에는 영하 10도 안팎의 찬 공기가 자리 잡았고, 22일까지도 서울 상공의 기온은 영하 7~8도로 낮았다.

여기에다 태풍 진로도 한몫을 했다. 태풍 ‘링링’ 때도 태풍 전면에 비구름이 크게 형성됐으나, 태풍 진로가 ‘북진’이었고, 비구름은 북쪽 또는 북서쪽에 주로 형성되면서 한반도 육지의 강수량은 비교적 적었다. 이번 태풍 ‘타파’는 제주도 동쪽 해상을 거쳐 대한해협으로 진행함에 따라 비구름이 한반도를 뒤덮었고, 이로 인해 육지에 기록된 강수량도 많았다. 윤 통보관은 “한라산이나 지리산, 태백산맥 등의 지형적인 영향도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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