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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칭] 우리는 왜 연애포기자가 되었나, 메이트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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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트    [사진 네이버 영화]

메이트 [사진 네이버 영화]

[리드무비의 영화서랍] 꿈보다 생계가 먼저고, 사랑보다 일이 먼저인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연애’란 어떤 의미일까. 영화 <메이트>는 썸을 가뿐히 넘어서지만 연인이라는 이름 앞에선 주저하는, 청춘남녀의 불안정한 로맨스를 그린다. 대한민국의 20대 청춘들이 왜 연애를 포기하며 살아가는지. 한 발 더 나아가 사랑이라는 매우 자연스러운 감정의 변화를 애써 부정하고 외면하는지. 영화는 이 질문에 매우 진솔하게 답하고 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판타지한 로맨스보단 현실 공감 로맨스를 좋아한다면
“내 인생에 연애는 없다”고 일찌감치 포기했다면

이런 사람에겐 비추천
로맨스 영화를 체질적으로 싫어한다면
현실에서 많이 접했던 이야기를 다시 영화로 보고 싶지 않다면

"연애가 적성에 안맞아"

두 사람은 친구와 연인 그 사이의 관계를 이어간다.  [사진 네이버 영화 ]

두 사람은 친구와 연인 그 사이의 관계를 이어간다. [사진 네이버 영화 ]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가는 포토그래퍼 준호(심희섭)는 ‘쿨병’ 제대로 도진, 자칭 자유연애주의자. 그는 “연애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환상 같다”며 관계의 속박도 그에 따른 책임도 없는 진정한 자유연애를 꿈꾼다. 마치 ‘큐 사인’에 시작되고 ‘컷 사인’에 종료되는 가상 연애 프로그램처럼 그때그때 상황과 감정에만 충실하자는 게 그가 내세우는 연애관.

그래서 준호는 데이트 어플 등을 통해 이성을 가볍게 만나는데, 이번 상대는 어딘가 좀 다른 느낌이다. 준호에게 먼저 만나자고 메시지를 보내 온 여성의 이름은 은지(정혜성). 두 사람은 가벼운 술자리를 함께 하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눈다. 쌓여가는 술병 속에 흐르는 묘한 기류. 준호는 취기를 핑계로 습관(?)처럼 은지에게 작업 멘트를 던지는데 돌아온 대답은 단호한 거절. 결국 둘의 첫 만남은 미적지근하게 끝난다.

며칠 후 준호는 새로 일하게 된 잡지사에서 우연히 은지를 다시 만난다. 둘은 첫 만남의 오해를 풀고 사진기자와 에디터로 함께 일하며 조금씩 가까워지고, 그러면서 회사 동료 이상의 감정을 주고받는다. 결국 두 사람은 친구와 연인 그 사이의 관계에서 불안정한 연애를 시작한다.

사랑보다 중요한 먹고사니즘!

준호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포토그래퍼. [사진 네이버 영화]

준호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포토그래퍼. [사진 네이버 영화]

준호가 이성과의 관계를 특정하게 규정짓고 싶어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그로 인한 역할과 책임이 두렵기 때문이다. 은지와 처음 만난 날. 그는 “남자친구로서 해야 할 것들을 잘 못하겠다”고 털어놓는다. 이를 바꿔 말하면 “남자친구로서의 역할까지 할 여력이 없다”는 뜻.

준호와 같은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이미 가정과 사회로부터 떠넘겨 받은 짐 때문에 하루하루가 버겁다. 소라게는 곧 그런 청춘들을 상징한다. 학자금 대출을 갚고 매달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도 바쁜 청춘의 시계. 꿈은커녕 먹고사니즘을 해결하는 것만으로 고달픈 그대들에게 가장 포기하기 쉬운 건 연애, 결혼이다.

“아무리 바빠도 연애는 다 하지 않냐”고 누군가 빈정댄다면, 이에 대한 가장 간단하고 솔직한 반박은 “그렇게 바쁘면서까지 연애가 하고 싶지 않다”는 것. 영화는 이 점을 준호의 입을 빌려 말하고 있다.

이거, 내 얘기 아냐?

불안정한 관계의 종착점은? [사진 네이버 영화]

불안정한 관계의 종착점은? [사진 네이버 영화]

그렇다고 이 영화가 청춘들의 연애관을 시종 비관적으로 그려내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본질은 어쨌거나 로맨스. 상황 변화에 따른 준호와 은지의 감정 그래프가 영화의 주요 감상 포인트로, 마치 내 얘기처럼 익숙한 연애담이 높은 공감도를 자아낸다.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두 주연배우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다.

심희섭이 연기한 준호는 공허한 눈빛과 능글맞은 표정으로 기억된다. 은지를 어떻게든 꾀기 위해 틈만 나면 작업 멘트를 던지는 그의 연기는 생활연기(?)처럼 자연스럽다. 이 작품을 통해 영화계에 데뷔한 정혜성은 풋풋하고 상큼한 매력으로 극의 분위기를 밝고 가볍게 만들었다. 후반부 감정 연기도 훌륭히 소화했다.

배우들의 연기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힘을 뺀 연출이 반갑다. 이야기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잘 유지하기 위한 감독의 노력이 엿보인다. 무심한 듯 담백한 연출이 주인공 준호의 감정과도 잘 어울린다.

글 by 리드무비. 유튜브 영화 채널 리드무비 운영. 과거 영화기자로 활동했으며 영화 팟캐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제목  메이트(2017)
감독  정대건
출연  심희섭, 정혜성 등
등급  15세 관람가
평점  에디터 꿀잼


리드무비 유튜브 리뷰 

와칭(watc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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