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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배틀그라운드] 바다에선 '전투' 땅에선 '외교' 143일 순항훈련…해군 장교 마지막 관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8일 진해 군항을 출항한 ‘2019 대한민국 순항훈련전단’은 143일 동안 12개국 14개항을 방문하는 세계 일주를 시작했다. 영상 캡처 = 공성룡 기자

지난달 28일 진해 군항을 출항한 ‘2019 대한민국 순항훈련전단’은 143일 동안 12개국 14개항을 방문하는 세계 일주를 시작했다. 영상 캡처 = 공성룡 기자

‘개척자’ 새로운 영역을 열어가는 사람을 뜻한다. 15세기 바다에서 신항로를 개척하고 신대륙을 발견했던 탐험가를 의미한다. 오늘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해군은 바다 영토를 넓히고 바닷길을 지켜내기 위해 먼 바다로 나간다.

12개국 14개항 143일 '세계 일주' #전투 훈련 반복해 실전 능력 키워 #먼바다 나가 '인내심' 키우는 훈련 #해외 기항지 방문 '군사 외교' 활동

이런 막중한 역할을 가진 해군을 이끌 청년 장교는 순항훈련을 통해 탄생한다. 해군사관학교(해사) 4학년 생도가 장교로 임관하기 전 마지막으로 거치는 관문이다. 극한의 조건을 극복하며 실무적응능력을 키우는 훈련이다. 이번 순항훈련은 역대 훈련 중 가장 긴 여정으로 꾸려졌다. 143일 동안 5만 9000여 ㎞를 항해한다. 순항훈련은 1954년 처음 시작된 이후 올해로 66회째를 맞는다.

기자는 내년에 소위로 임관할 해사 74기 사관생도 140명과 ‘같은 배’를 탔다. 지난달 28일 진해 군항을 출항한 ‘2019 대한민국 순항훈련전단(전단)’에 몸을 실었다. 순항훈련에 나선 생도와 장병 630여 명은 구축함 문무대왕함(DDH-Ⅱㆍ4400톤)과 군수지원함 화천함(AOE-Ⅰㆍ 4200톤)에 탑승해 세계 일주를 시작했다. (* 중앙일보 홈페이지ㆍ유튜브에서 동영상 볼 수 있습니다.)

해군 관계자가 기자에게 문무대왕함 주변을 지나는 외국 함정을 설명하고 있다. 영상 캡처 = 공성룡 기자

해군 관계자가 기자에게 문무대왕함 주변을 지나는 외국 함정을 설명하고 있다. 영상 캡처 = 공성룡 기자

해사 생도는 출항 직후부터 실전 경험을 쌓았다. 이어도를 지나자 눈 깜짝할 사이에 중국 군함이 따라붙었다. “삐~삐~” 경보가 울렸다. 일본 초계기가 뒤를 쫓았다. 이틀 연속 나타난 대만 초계기는 함정 주변 상공을 3번이나 선회하기도 했다.

순항훈련전단은 이처럼 바다에선 실전과 훈련을 반복했지만, 기항지에서는 군사 외교관으로 나선다. 6ㆍ25 참전국 희생에 보답하고 친선 관계를 이어간다. 다양한 문화 행사로 이국 타향에 나온 교민을 위로하기도 했다. 방산 전시장도 열어 수출 홍보 역할도 맡았다.

출항을 앞두고 작별 인사를 주고 받는 해군사관학교 생도. 영상 캡처 = 공성룡 기자

출항을 앞두고 작별 인사를 주고 받는 해군사관학교 생도. 영상 캡처 = 공성룡 기자

“총기상 15분 전” 28일 오전 5시 45분 고요한 함정을 깨웠다. 첫날 아침이 시작됐다. 출항 준비로 함정은 분주했다. 출항을 앞둔 장병은 여름용 반소매 정복인 하약정복을 갖춰 입고 가족을 만났다. “잘 다녀와” 돌아서기 직전 무심한 듯 꺼낸 간단한 인사에 아쉬움이 드러났다. 심승섭 해군참모총장도 부두를 찾아 “국위선양하고 무사하게 귀국할 거라 기대한다”며 격려했다.

출항을 알리는 기적이 울리자 가슴이 뭉클해졌다. 때마침 군악대 연주 소리도 점점 커졌다. 기자는 첫 기항지 필리핀(마닐라)까지 6일 동안만 편승한 짧은 일정이지만 잠시 이별의 분위기에 눈물이 맺혔다.

순항훈련에 나서는 해사 4학년 생도가 환송 나온 후배 사관 생도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순항훈련에 나서는 해사 4학년 생도가 환송 나온 후배 사관 생도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이번 순항훈련은 12개국 14개 항(港)을 방문한다. 첫 기항지를 시작으로 베트남(다낭)ㆍ태국(사타힙)ㆍ인도(뭄바이) 등 동남아 주요국을 방문한다. 이후 이집트(알렉산드리아)를 관문으로 유럽으로 들어가 이탈리아(치비타베키아)ㆍ네덜란드(로테르담)ㆍ스웨덴(스톡홀름)ㆍ노르웨이(오슬로)를 연이어 기항한다. 거친 대서양을 건너 미국(노퍽ㆍ샌디에이고)ㆍ콜롬비아(카르타헤나)ㆍ캐나다(밴쿠버)를 지나 태평양 한가운데 하와이에서 연말을 보내게 된다.

“순항훈련은 장교가 되기 위한 담금질” 김재용 생도는 굳은 의지를 세웠다. 양민수(해군 준장) 순항훈련전단장은 “먼바다로 나가 오랜 기간 항해하면서 인내심을 키우는 훈련”이라며 “항해를 하는 해군에게 필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바다로 나서는 길은 쉽지 않았다. 군항을 출발한 뒤 좁은 바닷길 ‘협수로’를 빠져나오자 탁 트인 넓은 바다가 시야에 잡혔다. 좁은 수로를 벗어나자 서서히 배가 흔들렸다. 함교 밖으로 나가봤다. 파도를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본격적인 항해가 시작됐다. 함교는 분주했다. “전체 항적 확인해라” “야간항해 미리 준비하라” 김태식(해군 대령) 문무대왕함장이 꼼꼼하게 챙겼다.

문무대왕함이 진해 군항을 빠져나와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하고 있다. 좌현에 배치된 견시병이 위험 요인이 없는지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문무대왕함이 진해 군항을 빠져나와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하고 있다. 좌현에 배치된 견시병이 위험 요인이 없는지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29일 오전 6시 15분 흔들리는 함정에서 처음 눈을 뜨며 하루를 시작했다. 오전 7시 함교에 도착했다. 당직사관이 함장에게 밤사이 주요 경과를 상세히 보고하고 있었다. 기자가 곤히 잠든 시간에 함정 안전을 책임진 수 많은 장병은 뜬눈으로 밤을 보냈던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묵묵하게 자리를 지킨 장병도 보였다. 함정 양쪽 측면 외부에 배치돼 주변을 경계하는 견시병이다. 주변 해상 및 공중 접촉물을 맨눈으로 식별해 당직 사관에게 보고하는 임무를 맡는다. 밤과 낮 구분 없고, 매서운 바람과 비가 오는 어떤 날씨에도 물러서지 않는다.

비를 맞으며 견시를 하던 심창현 일병이 기자에게 맡은 임무와 절차를 설명해 주고 있다. 영상 캡처 = 공성룡 기자

비를 맞으며 견시를 하던 심창현 일병이 기자에게 맡은 임무와 절차를 설명해 주고 있다. 영상 캡처 = 공성룡 기자

심창현 일병은 “한여름 낮에는 뜨거운 땡볕도 참아내야 한다”면서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지켜보면 육지에 남겨둔 걱정이 떠오른다”며 고충을 전했다. 이어 “해군에 입대했기 때문에 이처럼 세계 일주에 나설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안전 항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은 미소로 말했다.

“총원 전투배치! 훈련!” 해사 생도는 순항훈련 기간 매일 한 차례 이상 전투배치 훈련을 반복하며 실전적 능력을 키워간다. “전투구호 제창한다” “이겨놓고 싸운다! 준비된 문무인!” 문무대왕함 승조원은 결의에 찬 외침과 함께 각자 맡은 임무를 시작했다.

전투배치 훈련 중 함교에서 관련 절차 교육을 받는 해사 생도. 박용한 연구위원

전투배치 훈련 중 함교에서 관련 절차 교육을 받는 해사 생도. 박용한 연구위원

“제3국 잠수함 출현” “공격 징후 포착” 긴급한 보고가 잇달아 올라왔다. “적 어뢰 접근 중” “어뢰 피격 충격 대비하라” 훈련 상황이지만 조용하던 함교는 어느덧 치열한 교전 현장으로 변했다. 생도 얼굴에서도 긴장감이 엿보였다.

기자는 생도와 함께 5인치 함포 장전에 도전했다. 전차에 탑승해 포탄을 장전했던 경험도 있어 자신했다. 그러나 바다는 육지와 달랐다. 더구나 치열한 전투훈련 중 함정은 빠르게 파도를 치고 나가면서 평소보다 더욱 크게 흔들렸다. 포탄은 31.75㎏ 무게로 여성 체중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시범을 보여준 51포 포장 김형욱 상사는 책 한 권 책장에 꽂는 모습처럼 가볍게 들어 올렸다.

전투배치 훈련 중 함포 장전 교육을 받는 해사 생도. 박용한 연구위원

전투배치 훈련 중 함포 장전 교육을 받는 해사 생도. 박용한 연구위원

제주도를 지나 전단은 남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어느 순간 좌현(함정 왼쪽 측면)을 바라보니 중국 군함이 소리 없이 접근했다. 김성규 중령은 “중국 소해함으로 판단된다”며 “경비와 경호 임무를 수행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해함은 바다 ‘지뢰’인 ‘기뢰’를 부설 또는 제거한다.

한국 해양과학기지가 설치된 이어도를 중심으로 한ㆍ중ㆍ일 세 나라는 해양 주권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배타적경제수역(EEZ)뿐 아니라 방공식별구역(ADIZ)도 중첩하면서 긴장감이 높은 지역이다. 중국 군함은 제집 드나들 듯 이어도를 다녀간다. 일본 초계기는 여기서 위협 비행을 했다.

해사 74기 생도 140명을 비롯한 630여 명은 문무대왕함(오른쪽)과 화천함에 탑승해 지구 한 바퀴 반에 해당하는 5만 9000여km를 항해한다. 해군 제공

해사 74기 생도 140명을 비롯한 630여 명은 문무대왕함(오른쪽)과 화천함에 탑승해 지구 한 바퀴 반에 해당하는 5만 9000여km를 항해한다. 해군 제공

지난 1월 23일 일본 P-3 초계기는 이어도 서남방 96㎞ 부근에서 저고도 비행으로 한국 해군을 위협했다. 일본 초계기는 대조영함과 540m 거리에서 불과 60m 높이로 비행했다. 함정 길이가 약 150m 수준이기 때문에 얼마나 가까이 붙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해군 관계자는 “사실상 우리 함정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며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주변국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지역을 지나고 있다” 김태식 함장은 30일 오전 기자에게 주변 해역이 갖는 전략적 중요성과 해군의 역할을 설명했다. 함장은 “언제나 경각심을 갖고 항행하며 규정에 따른 조치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해군 장병이 함정 주변을 비행하는 항공기를 살펴보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해군 장병이 함정 주변을 비행하는 항공기를 살펴보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미확인 비행체가 접근하고 있으니 경각심을 가질 것” 점심 식사장소로 이동하던 중 함 내 방송이 나왔다. ‘설마’ 하던 순간이다. 곧이어 함 내 방송을 통해 일본 초계기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해군 장병은 숙달된 절차를 그대로 반복했다. 훈련하고 있음을 알리는 깃발을 올렸고 무전으로 일본 초계기와 접촉을 시도했다. 조금씩 거리는 가까워졌다. 일본 초계기는 약 20분 만에 쫓아오기를 포기했다. 잠시 뒤 전단은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을 완전히 벗어났다.

한숨 돌릴 틈이 없다. 일본 초계기가 멀어진 지 한 시간쯤 뒤 중국 해경 함정이 다가왔다. 곧이어 미확인 항공기도 함정 가까이 접근했다. 또다시 전투배치에 들어갔다. 여러 번 교신을 시도했지만,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다양한 분석을 바탕으로 대만 초계기로 식별됐다.

대만 초계기가 안전 거리를 유지하면서 순항훈련 전단 함정 주변을 선회 비행하고 있다. 영상 캡처 = 공성룡 기자

대만 초계기가 안전 거리를 유지하면서 순항훈련 전단 함정 주변을 선회 비행하고 있다. 영상 캡처 = 공성룡 기자

대만 초계기는 3마일 거리 밖에서 함정 주변을 3차례 선회 비행한 뒤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날에도 한 번 더 날아와 주변 상공을 둘러본 뒤 돌아갔다. 순항훈련에 나선 생도는 이처럼 실전에서 경험을 쌓는 기회를 가졌다. 바다에 나선 순간부터 모두가 실전이다. 이번 항해에 나선 목적이기도 하다.

출항 5일째를 맞는 지난 1일 오전 7시 함교(함장이 지휘하는 곳)는 분주했다. “유류 많이 쓴다. 가동 70%로 낮춰” “3시간 기동 시 예상시간 확인하라” 함장은 이것저것 확인하고 지시를 내렸다. 김태식 함장은 “오늘 오후 유류 공급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먼 거리를 항해하면서 바다에서 유류를 공급하기도 한다. 함장은 기상 여건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 공급 시기를 결정한다.

기동군수지원함인 화천함이 해상에서 문무대왕함에 유류 공급을 시작하고 있다. 영상 캡처 = 공성룡 기자

기동군수지원함인 화천함이 해상에서 문무대왕함에 유류 공급을 시작하고 있다. 영상 캡처 = 공성룡 기자

문무대왕함과 거리를 두고 항해하던 화천함이 다가왔다. 기동군수지원함인 화천함은 해상에서 군함에 물자를 지원해 해상 작전의 지속능력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한다. 화천함은 군함에 유류 4200톤과 탄약 및 식량 450톤을 넘겨줄 수 있다. 오후 3시께 본격적인 유류공급 절차 준비를 시작됐다. 해사 생도는 함정 곳곳에서 모든 과정을 면밀하게 지켜보며 토의를 시작했다.

“쏴” 자이로 센서로 위치를 확인한 뒤 투삭총(밧줄을 쏘는 총)을 발사해 함정을 연결했다. 이어 준비 과정을 거친 뒤 신호에 맞춰 장병 20여 명이 동시에 힘주어 밧줄을 당겼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유류 공급 장치인 프로브(Probe)가 연결됐다.

문무대왕함 장병 20여 명이 유류 공급 장치인 프로브(Probe)를 연결하기 위해 밧줄을 당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문무대왕함 장병 20여 명이 유류 공급 장치인 프로브(Probe)를 연결하기 위해 밧줄을 당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바다의 방패~” 급유 시작과 함께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해군가는 울려 퍼졌다. 군수지원함은 고생하는 전투함 장병을 격려하기 위해 군수를 지원할 때 음악 선물도 건넨다. 대형 스피커를 통해 군가에 이어 흥겨운 최신 가요도 나왔다. 모든 장병 얼굴에 미소가 비쳤다. 양쪽 군함에 탑승해 헤어졌던 생도는 멀리 보이는 동기를 찾아 손을 흔들기도 했다.

한 시간 만에 다시 이별이다. 유류공급 임무를 마친 문무대왕함과 화천함은 서서히 멀어졌다. 이를 지켜보던 베트남 출신 쾨(NGUYEN NGOCKHUE) 생도는 “대단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한국이 좋아 한국 해사를 찾아왔고 그동안 받은 교육에 만족한다”며 “베트남 해군 장교로 복무하면서 양국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해사에서 지난 5년 동안 위탁 교육을 받았다.

해군 장병이 예포 발사 절차를 연습하고 있다. 순항훈련 중 기항지에 들어가면서 예포를 쏘는 경우도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해군 장병이 예포 발사 절차를 연습하고 있다. 순항훈련 중 기항지에 들어가면서 예포를 쏘는 경우도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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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대왕함은 디젤 엔진(8000마력)과 가스 터빈엔진(5만 8200마력)으로 추진한다. 가스 터빈엔진을 작동하면 속도를 더 빠르게 낼 수 있지만, 유류를 더 많이 소비한다. 그래서 상황에 맞춰 두 가지 추진 방식을 번갈아 사용한다. 이때 정비도 이뤄진다.

디젤 엔진 기관실로 찾았다. 뜨거운 열기에 한증막과 다름없었다. 들어선 순간부터 땀이 흘러내렸다. 소음도 심해 크게 소리쳐야 겨우 옆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 공간도 매우 비좁아 움직일 틈도 별로 없다. 정비 과정을 잠시 살펴본 뒤 밖으로 나오자 냉기가 느껴질 정도로 시원했다. 이처럼 보이지 않은 노력이 더 해져 안전한 항행이 이뤄지고 있었다.

해군 장병이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디젤 엔진 기관실에서 엔진 정비를 하고 있다. 영상 캡처 = 공성룡 기자

해군 장병이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디젤 엔진 기관실에서 엔진 정비를 하고 있다. 영상 캡처 = 공성룡 기자

소리 없는 헌신은 밤과 낮 구분이 없다, 저녁 10시를 넘겨 안전당직 활동에 함께 나섰다. 안전당직은 24시간, 매 시각 함정을 순찰하며 침수와 화재 등 다양한 함정 안전을 점검한다. 7층 빌딩의 내부를 일일이 살펴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김태식 함장은 “위험요인을 초기에 발견해 조치하는 경우도 있다”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함정은 약 440여 개 객실을 갖고 있다. CCTV를 설치하지 않았거나 근무자가 없는 공간도 있다. 이런 사각지대 확인에만 빠른 걸음으로 30~40분 정도 걸린다. 계단을 얼마나 많이 오르고 내려왔는지 셀 수도 없었다. 안전모 사이로 땀이 흘러내렸다.

함정에서 해군 장병은 매시간 안전 당직 순찰을 반복하며 위험요인을 초기에 발견해 조치한다. 기자는 해군 장병과 함께 30여 분 동안 함정 곳곳을 다니며 살펴봤다. 영상 캡처 = 공성룡 기자

함정에서 해군 장병은 매시간 안전 당직 순찰을 반복하며 위험요인을 초기에 발견해 조치한다. 기자는 해군 장병과 함께 30여 분 동안 함정 곳곳을 다니며 살펴봤다. 영상 캡처 = 공성룡 기자

함수 지하로 내려가자 파도가 가깝게 느껴졌다. 김재민 하사는 “여기는 수면 아래와 윗부분 경계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 하사를 따라 에어컨ㆍ온수ㆍ폐수 처리 시설을 둘러봤다. 함미 아래로 이동하자 진동이 느껴졌다. 김 하사는 “발아래에서 스크루가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야간 안전당직 임무는 더 민감하다. 함정에서 빛이 새어 나가면 적에게 위치가 노출되기 때문이다. 밝은 불은 꼼꼼하게 끄고, 어둡고 빛이 멀리 나가지 않는 붉은등으로 바꿔줘야 한다. 수병과 생도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쉬고 있는지도 살펴야 했다.

헬기가 뜨고 내리는 함미 이착함 갑판에서 아침 해를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해군 장병. 박용한 연구위원

헬기가 뜨고 내리는 함미 이착함 갑판에서 아침 해를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해군 장병. 박용한 연구위원

본지는 대장정에 나선 순항훈련 현장을 두 번에 걸쳐 전달한다. 다음 기사(29일)에서는 ‘슬기로운 함정 생활’을 살펴본다. 하루 4번 나오는 함정 식사ㆍ환전하는 매점ㆍ2000원 미용실ㆍ한국 최고 수준 의료진을 소개한다. 또한, 함상에서 이뤄지는 사관생도 교육·한밤중 망망대해에서 울려 퍼진 작은 음악회·필리핀 현지에서 이뤄진 군사외교 소식도 담는다.

문무대왕함=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영상=공성룡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다른기사 보기 > https://www.joongang.co.kr/Issue/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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