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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정권"···韓외교공무원 日 인터뷰서 文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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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현대 홈페이지 캡처]

[주간현대 홈페이지 캡처]

익명의 한국 외교부 관계자가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외교부는 청와대에서 떨어지는 지시를 묵묵히 수행할 뿐”이라며 문재인 정권을 비판했다. “문재인 정권을 모시며 날마다 실감하고 있지만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는 정권”이라고도 했다.

일본 주간지 현대 비즈니스(現代ビジネス)는 17일 ‘한국 외교관이 밝힌 문재인 정권과 외교부의 의사소통’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익명으로 인터뷰에 나선 이 관계자와의 일문일답을 공개했다. 인터뷰는 추석 연휴에 진행됐다. 이 매체는 ‘일반 주간지’로 분류된 일본 잡지 중 주간 문춘(文春), 주간 신조(新潮)에 이어 세 번째로 판매 부수가 많다.

이 관계자는 추석 연휴에 대해 “청와대에서 지시가 내려오지 않아 상쾌하다”라고 했다. “추석에도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는 곳은 권력 투쟁에 몰두하는 청와대, 법무부, 대검찰청 정도다. 우리는 다행히 아무런 권력도 가지고 있지 않아 모처럼의 휴가를 만끽하고 있다”면서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힌 데 대해 “임명 여부를 놓고 고민한 게 아니라 임명하면서 어떤 변명을 붙일지 고민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각종 의혹을 받는 조 장관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개인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면서 “문재인 정권을 모시며 날마다 실감하고 있지만, 솔직히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있는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청와대가 어떤 안을 내도록 외교부에 지시하면 두 가지 안을 갖고 간다. 하지만 청와대는 우리가 ‘최악의 경우’로 보고 고려하지 않았던 안을 내려보낸다”며 “그런 일이 문재인 정권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의 지시를 묵묵히 해내는 게 습관이 돼버렸다”면서 “결국 한국의 국민만 희생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의 외교 정책에 대해 “문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에 약하고 스스로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 참모진도 마찬가지”라며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에 의지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청와대가 보는 것은 첫째도 둘째도 북한”이라며 “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는 원래부터 종료하고 싶었고, 미국이 한국에 배치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철거하고 싶어 한다. 미군은 한반도에서 나가달라는 게 본심”이라고 주장했다.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해임과 관련해서도 “이 소식을 접한 청와대 사람들은 기뻐했다”라고도 했다.

또 한일관계 개선 방안에 대해선 “결론은 단 하나. 2022년 5월 10일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가는 것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권이 집권하는 한 한일관계는 호전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적어도 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한일 외교 당국자들이 의사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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