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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경비정 옆 유유한 中유람선···아무르강에도 한류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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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 러시아 지역의 젖줄 아무르강. 서쪽에서 흘러온 아무르강은 하바롭스크에서 남쪽에서 흘러온 우쑤리강(왼쪽 아래)과 만난 뒤 크게 방향을 틀어 북동쪽(사진 오른쪽)으로 흘러간다. 강찬수 기자

극동 러시아 지역의 젖줄 아무르강. 서쪽에서 흘러온 아무르강은 하바롭스크에서 남쪽에서 흘러온 우쑤리강(왼쪽 아래)과 만난 뒤 크게 방향을 틀어 북동쪽(사진 오른쪽)으로 흘러간다.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는 지난 2015년 9월 12~21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원(APOCC) 등과 함께 극동 러시아의 젖줄인 아무르 강과 레나 강을 취재했다. 당시 취재 내용은 같은 해 9월 27일 자 중앙SUNDAY 지면에 게재됐으나, 지면 제약으로 다양한 사진이 소개하지 못했다. 추석 연휴를 맞아 당시 촬영한 7000여장의 사진 중에서 고른 사진을 당시 취재 내용과 함께 두 차례로 나눠 소개한다.

10일간 1만3000㎞ 취재

중국과 러시아 사이를 흐르는 아무르강. 국경도시 헤이허 사람들이 해가 지는 강에 나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찬수 기자

중국과 러시아 사이를 흐르는 아무르강. 국경도시 헤이허 사람들이 해가 지는 강에 나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찬수 기자

멀리 서쪽 몽골에서 시작돼 오호츠크 해까지 2800여 ㎞를 흐르는 아무르 강은 예로부터 동북아 민족의 젖줄로 기능을 해왔다.
취재팀은 2015년 9월 12일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의 하얼빈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때마침 하얼빈시 중심가의 헤이룽장 성 박물관에서는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중국 하얼빈의 헤이룽장 성 박물관. 강찬수 기자

중국 하얼빈의 헤이룽장 성 박물관. 강찬수 기자

주제는 '백산(白山), 흑수(黑水), 해동청(海東靑)'이었다. 백두산과 헤이룽 강, 한반도산(産) 맹금류인 매를 가리키는 것으로 극동 러시아의 젖줄인 아무르 강이 우리 민족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극동 러시아 젖줄을 가다 (상) - 아무르 강

취재팀은 항공편으로 중국-러시아 국경도시 헤이허(黑河)로 이동했다.
헤이허는 아무르 강, 중국 이름 헤이룽장(黑龍江·흑룡강)을 사이에 두고 러시아 블라고베셴스크와 마주 보고 있는 도시다.

아무르 강물은 헤이룽장이란 이름이나 헤이허란 도시 이름처럼 짙은 갈색이다.
숲이나 습지에서 흘러나오는 강물은 타닌 성분 때문에 갈색을 띠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취재에 동행한 주강현 APOCC 원장(현 국립해양박물관장)은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흑수말갈도 이 아무르 강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아무르강을 향하는 비행기에서 촬영한 쑹화강의 모습. 강찬수 기자

아무르강을 향하는 비행기에서 촬영한 쑹화강의 모습. 강찬수 기자

1858년 중·러 국경조약 체결된 곳

아무르강을 사이에 둔 두 국경도시. 왼쪽 위가 러시아 도시 블라고베센스크, 오른쪽 아래가 중국 헤이허다. 강찬수 기자

아무르강을 사이에 둔 두 국경도시. 왼쪽 위가 러시아 도시 블라고베센스크, 오른쪽 아래가 중국 헤이허다. 강찬수 기자

헤이허는 아무르 강 중상류에 자리 잡고 있으며, 1858년 중국·러시아 사이의 국경조약인 아이훈조약이 체결된 곳이기도 하다.

두 나라 간 교역이 확대되면서 국경도시인 헤이허와 블라고베셴스크의 모습도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가르는 국경 역할에서 중·러 교역 통로로 용틀임 중이었다.

헤이허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아무르 강변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건너편이 러시아 블라고베센스크다. 강찬수 기자

헤이허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아무르 강변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건너편이 러시아 블라고베센스크다. 강찬수 기자

헤이허 중심가에는 20층이 넘는 대형 호텔이 건설 중이었고, 기차역도 새로 들어섰다.
헤이허 외곽의 ‘변경 경제합작구’에서는 한꺼번에 대형 공장 7~8개를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헤이허와 블라고베셴스크는 양국이 각각 육로로 접근할 수 있는 곳이어서 물류 루트로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교역량이 늘고는 있지만 두 도시를 잇는 다리는 아직 없었다. 선박으로만 왕래가 가능하다.
중국이 두 도시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고 서둘러도 중국 사람들이 너무 밀려드는 걸 경계하는 러시아 쪽에서 자꾸 미루는 상황이다.

아무르강의 중국 유람선. 아무르강의 색깔이 짙은 갈색이다. 강찬수 기자

아무르강의 중국 유람선. 아무르강의 색깔이 짙은 갈색이다. 강찬수 기자

헤이허를 지나는 아무르강에는 하중도가 있고, 커다란 회전관람차도 설치돼 있다. 강 건너편은 러시아 블라고베센스크다. 강찬수 기자

헤이허를 지나는 아무르강에는 하중도가 있고, 커다란 회전관람차도 설치돼 있다. 강 건너편은 러시아 블라고베센스크다. 강찬수 기자

동행한 중국 상하이 푸단대 국제정치학과 이창주 연구원은 "헤이허와 블라고베셴스크가 철도·도로로 이어지면 극동 러시아 전체가 중국과 연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허와 블라고베셴스크 두 도시 사이를 흐르는 아무르 강은 한강이 서울의 강남·북을 나누는 것과 흡사했다.
강 너비도 1㎞ 남짓으로 엇비슷했고, 중국에 가까운 곳에 여의도처럼 작은 섬도 있었다.

중국 쪽과 다리로 연결된 하중도(河中島)에는 중국 측 출입국관리사무소와 두 사이를 오가는 여객선 부두가 들어섰다.
하중도에는 중국과 러시아 상품을 파는 대형 쇼핑센터 두 개가 있었다. 가게를 둘러보니 없는 게 없을 정도였다.

중국 상인이 러시아 상표가 붙은 쌍안경과 마트료시카 인형까지 팔고 있었다.

아무르강 헤어허 지역 하중도에 들어선 대형 쇼핑센터. 러시아 마드료시카 인형도 쉽게 볼 수 있다. 강찬수 기자

아무르강 헤어허 지역 하중도에 들어선 대형 쇼핑센터. 러시아 마드료시카 인형도 쉽게 볼 수 있다. 강찬수 기자

아무르강 상류에 위치한 중국 헤이허의 출입국관리사무소. 러시아로 들어가는 여객선을 타기 위해 중국 상인들이 짐과 가방을 나르고 있다. 강찬수 기자

아무르강 상류에 위치한 중국 헤이허의 출입국관리사무소. 러시아로 들어가는 여객선을 타기 위해 중국 상인들이 짐과 가방을 나르고 있다. 강찬수 기자

아무르 강 양쪽에는 양국 주민들이 물놀이와 낚시를 했다.
서울 한강 유람선처럼 중국 측 유람선을 타고 강 위에서 두 도시를 한 시간 동안 둘러봤다. 중국 유람선과 러시아 국경수비대의 경비함이 평온하게 오갔다.

아무르강을 다니는 중국 유람선의 오성홍기 뒤편으로 러시아 국경수비대 경비함이 보인다. 강찬수 기자

아무르강을 다니는 중국 유람선의 오성홍기 뒤편으로 러시아 국경수비대 경비함이 보인다. 강찬수 기자

헤이허와 블라고베셴스크 사이에는 여객선이 오가고 있었다. 여객선은 하루 8번 왕복한다. 중국 측 배가 네 번, 러시아 측 배가 네 번 오간다.
중국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은 "중국 사람은 중국 여객선을, 러시아 사람은 러시아 여객선만 타야 한다"며 "한국인도 강을 건너려면 중국 여객선을 승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무르강변 중국 헤이허 여객선 터미널.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 기자의 사진촬영을 제지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아무르강변 중국 헤이허 여객선 터미널.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 기자의 사진촬영을 제지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아무르강을 건넌 중국인 보따리장수들. 뒷편 여객선은 러시아인들이 이용하는 여객선이다. 강찬수 기자

아무르강을 건넌 중국인 보따리장수들. 뒷편 여객선은 러시아인들이 이용하는 여객선이다. 강찬수 기자

취재진이 탑승한 중국 여객선에는 커다란 가방과 짐꾸러미를 든 '보따리장수'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인이란 말에 20대 여성들은 활짝 웃으며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하며 반겼고, 배에서 내릴 때는 "안녕히 가세요" 하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한국 TV 드라마를 보고 배웠단다. 한국 사람이 드문 중국 북쪽 국경지대에도 한류(韓流) 바람이 닥친 모양이다.

러시아 쪽은 다소 한적한 느낌도

러시아 블라고베센스키 쪽에서 바라본 아무르강의 모습. 건너편은 중국 쪽 부두다. 강찬수 기자

러시아 블라고베센스키 쪽에서 바라본 아무르강의 모습. 건너편은 중국 쪽 부두다. 강찬수 기자

러시아 블라고베센스크의 풍경. 멀리 아무르강이 보인다. 강찬수 기자

러시아 블라고베센스크의 풍경. 멀리 아무르강이 보인다. 강찬수 기자

강을 건너 러시아에 도착하니 입국 수속이 까다로웠다.

러시아 측에서는 러시아 여객선을 타고 왔어야 했다며 이미 배에서 내린 취재팀에게 또다시 뱃삯을 요구했다.

실랑이 끝에 어쩔 수 없이 1인당 300루블(약 6000원)을 내야 했다.
배는 한 번 탔는데, 뱃삯은 중국과 러시아 측에 각각 내야 했다. 중국과 러시아인 외에는 배를 타고 건너는 일이 거의 없어 보였다.

블라고베센스크 거리 표정. 레닌의 동상 아래로 러시아 수병이 지나고 있다. 강찬수 기자

블라고베센스크 거리 표정. 레닌의 동상 아래로 러시아 수병이 지나고 있다. 강찬수 기자

배에서 만난 30대 중국 여성은 두 시간 뒤 블라고베셴스크 내 대형 시장에서 다시 마주쳤다.

블라고베셴스크 시장과 쇼핑센터는 중국에서 건너온 옷과 신발, 다양한 생필품으로 넘쳐났다.
상점에서 일하는 상인들도 대부분 중국인이었다. 시내 거리나 레스토랑에도 중국인이 많았다.
러시아로서는 중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육단 폭격처럼 중국 상품이 밀려드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생길만도 했다.

하바롭스크 찾는 한국인 여행객

하바롭스크에서 바라본 아무르강. 강찬수 기자

하바롭스크에서 바라본 아무르강. 강찬수 기자

취재팀은 야간열차를 타고 블라고베셴스크에서 하바롭스크로 이동했다.
하바롭스크 근처에 이르면 아무르 강은 러시아와 중국을 가르는 국경의 역할에서 벗어나 온전히 러시아 영토로 들어서게 된다.
또, 중국에서 흘러온 우쑤리 강과 합쳐져 북동쪽으로 크게 방향을 튼다.

아무르 강변에 위치한 하바롭스크에서는 한국인 여행객 모습도 눈에 띄었지만, 중국인·일본인 여행객의 모습이 훨씬 더 자주 눈에 띄었다.

하바롭스크 상공에서 내려다 본 아무르강. 강찬수 기자

하바롭스크 상공에서 내려다 본 아무르강. 강찬수 기자

하바롭스크를 둘러 본 취재팀은 다시 항공편으로 아무르 강 하구(河口)에 위치한 도시 니콜라예스크나아무레(니콜라옙스크)로 출발했다.

44인승 쌍발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기 위해 하바롭스크 공항에 나갔지만, 비행기가 예정보다 6시간이나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늦은 밤에야 니콜라옙스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행기는 좌석 지정도 없었고, 가방도 공항 밖까지 트럭에 실려 온 것을 직접 줄 서서 받아야 했다.
하늘을 나는 것 외에는 마을버스와 다를 바 없는, '마을 비행기'였다.

폭 5~6㎞로 넓어진 강 폭

니콜라옙스크에서 바라본 아무르강 하구. 강찬수 기자

니콜라옙스크에서 바라본 아무르강 하구. 강찬수 기자

아무르강 하구. 강찬수 기자

아무르강 하구. 강찬수 기자

니콜라옙스크의 작은 박물관에서 확인된 옛 한국인들의 발자취. 강찬수 기자

니콜라옙스크의 작은 박물관에서 확인된 옛 한국인들의 발자취. 강찬수 기자

하구에 위치한 이곳 니콜라옙스크에서는 아무르 강 강폭이 5~6㎞까지 넓어졌다.

아무르 강은 특유의 갈색 물빛을 보이며 도도히 동쪽 사할린 방향의 타타르 해협을 향해 흘렀다.

니콜라옙스크 항만관리사무소 안드레이 스피리도노프 소장은 "11월 하순부터 이듬해 3월 초순까지는 강과 바다가 얼어붙어 항구로서 기능을 못 한다"며 "과거 선장으로 일할 때 한국의 부산·마산·인천도 가 봤지만, 니콜라옙스크에 한국 사람이 방문한 것을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스탈린에 의해 강제 아주 당하기 전까지는 니콜라옙스크에도 한국인이 살았다.

니콜라옙스크 시내 모습. 강찬수 기자

니콜라옙스크 시내 모습. 강찬수 기자

100년 가까이 한국인들이 찾지 않는 이곳에도 한국 제품은 가득했다.

호텔 객실 이불에는 '향 마이크로', '음이온'이란 글자가 선명했고, 전화기도 LG 제품이었다.

또, 호텔 로비에는 삼성 TV가, 아파트 건물에는 LG 에어컨 실외기가 달려 있었다.
슈퍼마켓에는 한국 과자와 라면이 있었고, 거리에서는 기아자동차의 1t 트럭도 눈에 띄었다.

인구 4000명의 작은 도시 오호츠크

오호츠크 해변. 강찬수 기자

오호츠크 해변. 강찬수 기자

취재팀은 니콜라옙스크를 거쳐 하바롭스크 지방의 작은 도시 오호츠크도 방문했다.
드넓은 오호츠크 해(海)의 이름이 바로 이 도시에서 나왔지만, 인구 4000여 명의 작은 도시에 불과했다.

오호츠크 해는 사할린과 캄차카 반도, 쿠릴열도, 홋카이도, 사할린 등으로 둘러싸인 158만3000㎢ 넓이의 바다다. 남한 면적의 15배가 넘는다.
도시는 작지만 17세기 중반 러시아 사람들이 거주하기 시작해 3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다.
오호츠크의 자연경관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오호츠크시 도로에서 마주친 북극여우. 자연이 살아숨쉬는 시베리아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다. 강찬수 기자

오호츠크시 도로에서 마주친 북극여우. 자연이 살아숨쉬는 시베리아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다. 강찬수 기자

선착장 바로 앞바다에서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물범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오호츠크 시내와 공항을 연결하는 비포장 자갈길 도로에서는 북극여우와 마주치기도 했다.

극동 러시아 젖줄을 가다 (하) - 레나 강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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