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경영의 힘 … 조선업계, 첨단시스템 갖춰 피해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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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조선소들이 최첨단 기상정보 시스템 덕을 톡톡이 봤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은 이달 들어 태풍 '에위니아'와 장마가 한꺼번에 몰아 닥쳤지만 피해가 거의 없었다.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은 지난해 9월 '맞춤 기상정보시스템'을 가동한 뒤 이를 최근 보강했다. 부산지방기상청과 민간 일기예보 사업자인 비온시스템과 공동 운영하는 이 시스템은 기상 예보를 실시간 파악해 회사내 포털 화면을 통해 전 직원에게 제공한다. 또 1주일 뒤의 기상예보와 작업가능 여부 등을 알려줘 갑작스런 기상 악화로 인한 작업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전문 예보관과 생산관리.연구소 관계자가 상황실에 24시간 상주하면서 태풍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는 등 비상근무체제를 도입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자동기상시스템을 보강해 날씨.풍향.파고.기온.습도 등 기상 데이터는 물론, 위성.레이더 영상과 기상도 등을 분석해 1주일 뒤 날씨를 면밀히 예측하도록 했다. 파악된 기상정보는 PC 화면 보호기를 통해 거제 조선소 전 직원에게 실시간 전달된다.

울산 현대중공업은 기상 전담 예보관을 두고 곳곳에 계측기를 설치해 기상 변화를 상시 관찰해 왔다. 태풍 같은 비상 사태가 발생하면 본부장 주재로 상황실을 설치해 대응한다. 국내 조선업계는 비바람 속에서도 조업할 수 있게 실내 작업 시설을 늘리고 이동식 실내작업장(셸터)도 설치했다. 조선업계가 날씨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2003년 9월 태풍'매미'가 한반도를 덮였을 때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당시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로 건조 중인 배와 크레인이 파손돼 국내 조선업계의 피해 규모가 수백억원에 달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해상에서 선박을 계류한 상태로 작업할 경우 정확한 날씨 예측이 풍수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며 "자체 기상시스템으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차진용.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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