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만원 산업 기부금이었나···요금 비싼데 돈값 못하는 5G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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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6만 9000원 VS 8만 9000원’.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과 5G 데이터 무제한 요금은 이렇게 가격 차이가 난다. 5G 사용자가 매달 2만원 가량을 더 내는 셈이다. 이같은 추가 요금은 얼마나 '돈값'을 하고 있을까.
기자는 4세대(4GㆍLTE) 스마트폰인 갤럭시 S9+와 세계 첫 5G 스마트폰인 갤럭시 S10을 4달간 동시 사용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자체의 성능 차이를 제외한 콘텐트 질의 차이는 거의 체감할 수 없었다. 월 2만원이 산업 경쟁력 발전을 위한 기부금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장에서]

킬러 콘텐트라던 AR·VR, LTE 고객에도 서비스

사례를 보자. ‘5G 킬러 콘텐트’라고 이통사에서 한껏 홍보했던 증강현실(AR)ㆍ가상현실(VR) 등은 LTE 고객에게도 대부분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모바일 TV로 불리는 각사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는 약간의 화질 차이를 빼면 별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OTT도 일부 영상 고화질 외 차이점 없어

다른 이통사의 OTT 서비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KT와 LG유플러스는 “OTT 중 5G 요금제 고객만 이용 가능한 콘텐트는 없다”고 말했다. KT는 “‘뮤지션 라이브’의 초고화질 옵션과 프로야구 라이브의 ‘매트릭스뷰’만 5G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되고 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역시 “영화와 해외 드라마 중 인기 콘텐트와 신규 콘텐트를 ‘초고화질’로 제공 중이며 초고화질 콘텐트는 5G 가입 고객만 이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3사 모두 고화질 외에는 콘텐트 차별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셈이다.

ARㆍVR 등 별도의 특화 앱(애플리케이션)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이 제공하는 ARㆍVR앱은 LTE 요금제 이용 고객도 쓸 수 있다. SK텔레콤은 ‘AR 동물원’ 등의 콘텐트를 제공하는 ‘점프 AR’과 300편의 VR 콘텐트를 제공하는 ‘점프 VR’ 등을 별도의 앱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두 앱 모두 갤럭시 S8 또는 동급 이상 기종이면 사용 가능한 콘텐트다. KT는 스마트폰만으로 즐길 수 있는 전용 AR앱과 VR앱이 아예 없다. LG유플러스는 AR·VR 앱을 5G 고객에겐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방식으로, LTE 고객에겐 다운로드(내려받기)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LG 유플러스의 AR앱. 5G 요금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로 홍보되고 있지만, LTE 요금제 이용 고객도 다운로드 방식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사진 LG유플러스]

5G 가입자 데이터 사용량, 4개월 지나도록 제자리

이통사는 LTE 대비 5G의 콘텐트 화질이 4배 정도 높다고 주장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스마트폰만으로 이를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화질과 속도의 차이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VR 기기를 구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추가로 지갑을 열어야 한다. VR 기기를 이용하려면 별도의 VR기기를 구매하거나(SK텔레콤ㆍLG유플러스), VR 기기와 콘텐트 이용료(KT)를 내야한다.

5G 콘텐트 부족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7월 기준 5G 가입자 1인당 월 사용 트래픽은 24GB에 불과했다. 첫 상용화를 시작한 4월의 22.4GB보다 크게 달라진 게 없다. 4개월 동안 딱히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5G 가입 고객은 무제한 요금제를 통해 데이터를 많이 써야 이익이지만, 현재로선 데이터를 많이 쓸만한 콘텐트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고가 요금제에 걸맞는 고품질 콘텐트를 얼마나 속히 제공하느냐에 5G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