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쏙] 아이 성격 알면 '학습지 효과' 두 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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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 가운데 상당수가 각종 학습지를 자녀 교육에 활용한다. 집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아이들의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는 내용과 형식으로 꾸며진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습지가 어떤 아이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어떤 아이에겐 별 도움이 되지 않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이들마다 잠재력과 성향이 다른 만큼 그에 알맞은 학습방법을 적용할 때 교육 효과가 커지는데, 학습지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메사 김규희 연구원의 도움말로 아이의 '기초 잠재력' 유형별로 학습지 교육의 적절성 여부를 살펴본다.

◆ 잘 적응하는 유형='주의력과 기억력''관찰력과 분석력'은 높으나 '사고의 확장 능력과 유연성''독창성과 상상력'이 낮은 아이의 경우 비교적 학습지 교육에 잘 적응한다. 학습지 교육을 통해 성과를 볼 수 있는 유형이다. 이런 아이들은 정답이 없는 과제, 즉 자신의 독창적인 응답을 요구하는 과제를 풀어 보는 학습을 하는 게 사고를 균형 있게 발달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위의 네 가지 잠재력이 엇비슷한 아이의 경우 학습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습방법에 어느 정도는 잘 적응하는 유형이다. 학습 방법 선정에 있어 비교적 자유롭다. 효율적인 교육 방법은 학습지처럼 정답과 오답이 분명하게 구별되는 방법과 그리기.만들기.책읽기 등 자유로운 활동을 균형 있게 배분하는 것이다.

◆ 보완이 필요한 유형='통합적인 사고 능력'이 '주의력과 기억력''관찰력과 분석력'보다 높은 아이는 학습지 교육에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이런 아이는 과제가 주어질 때 본격적으로 과제를 푸는 데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유형이다. 따라서 학습지처럼 전형적인 학습 방법보다는 아이가 좀 더 주도성을 가지고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의 비중을 늘리는 게 도움이 된다. 한글 학습을 위해 직접 책을 만들어 본다든지 편지를 써보게 하는 게 한 예다. '의사소통 능력과 설득력' '감수성과 감정표현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학습지 교육을 할 때 미리 계획된 진도를 지키기보다는 아이가 주어진 지식이나 과제에 대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표현할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 학습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다.

◆ 피해야 할 유형='사고의 확장 능력과 유연성''독창성과 상상력'이 높은 반면 '주의력과 기억력''관찰력과 분석력'이 낮은 아이는 학습지 교육에 잘 적응하지 못해 교사나 부모로부터 고집이 세다거나 산만하다는 얘길 듣는 유형이다. 이런 아이에게 장기간 학습지를 강요하면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릴 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유형 아이의 집중력을 길러 주려면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활동을 하며 집중하는 시간을 늘려 가도록 하는 게 좋다.

'독창성과 상상력'이 '사고의 확장 능력과 유연성'보다 높은 아이는 가급적 학습지 교육을 피해야 하는 유형이다. 이런 아이는 기존의 것이나 주어진 것을 변경하는 데 있어 많이 주저하는 특성이 있는데, 학습지 교육을 할 경우 그런 특성이 더 강화될 우려가 있다.

'도전의식과 용기'가 부족한 아이도 학습지 교육을 피해야 하는 유형이다.학습지 교육을 장기간 받게 되면 도전의식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김 연구원은 "한국메사와 남양유업, 레몬트리가 창의적 잠재력 검사인 TCT-DP 검사를 이용해 공동 연구한 결과 학습지를 사용한 기간이 긴 아이들 중 사고의 틀을 과감히 벗어나는 성향인 도전의식 점수가 낮아지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리=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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