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화수소 한국 수출 허가…수출규제 이후 두달 만에 처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일본 정부가 1차 수출규제 대상으로 지정했던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 중 하나인 고순도 불화수소의 한국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

삼성전자 납품용 반도체 소재

2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4일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작한 이후 약 두 달 만에 불화수소 수출 1건을 승인했다. 대상은 일본 업체 스텔라 제품으로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물량으로 파악됐다. 일본 정부는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극자외선 파운드리용 포토레지스트(감광재) 등 3개 규제 품목 중 감광재만 지난 7일과 19일 두 차례 수출을 허가했었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기판인 실리콘웨이퍼에 그려진 회로도에 따라 기판을 깎아내는 식각 공정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불화수소가 군사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불화수소에 대한 대일 의존도가 높다 보니 한국 기업들의 재고가 소진되면 다음달 말 이후 공장 가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이번에 일본이 불화수소의 수출 승인을 내준 것은 일종의 ‘홍보전’으로 해석된다. 한국을 ‘화이트국가(안보우호국)’에서 배제하는 등 일본의 수출규제가 정치적 보복 조치가 아니고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일본산 불화수소의 대체 방안을 모색하면서 매출 감소의 위협을 느낀 일본 업체가 수출 승인을 촉구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여전히 수출 승인과 불허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소재 수출이 한 건 더 허가됐다고 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