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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어치기 달인 조구함 “유도 침체기 조국 구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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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세계 유도선수권대회 남자 100㎏급에서 2연패에 도전하는 조구함. [사진 대한체육회]

세계 유도선수권대회 남자 100㎏급에서 2연패에 도전하는 조구함. [사진 대한체육회]

유도 남자 국가대표 조구함(27·세계 2위)이 3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019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0㎏급 2연패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는 도쿄 올림픽 유도 경기가 열릴 바로 그 장소에서 치러진다. 올림픽을 1년 앞두고 테스트 이벤트 성격인 이번 대회에는 세계적인 강호들이 총출동한다. 그의 꿈은 당연히 “(이번) 도쿄 세계선수권과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 모두 금빛 메치기를 하는 것”이다.

세계선수권 30일 출전, 2연패 도전 #체력·기술 겸비, 거구 유럽세 제압 #지독한 노력파에 대기만성형 선수 #“내년 도쿄서 올림픽 금 행진 재개”

조구함은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세계선수권에서 세계 1위 바를람 리파르텔리아니(30·조지아)를 꺾고 우승했다. 최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조구함은 “올림픽을 앞두고 모의고사를 준비하는 기분”이라며 “우승 욕심은 나지만, 내년 올림픽을 향한 과정으로 생각하고 침착하게 경기하겠다”고 말했다.

유도 100㎏급엔 키 1m90㎝대 거구들이 즐비하다. 1m77㎝의 조구함이 왜소해 보일 정도다. 이 체급은 기술보다 힘이 좋은 유럽 선수들 차지였다. 그들을 맞아 체력과 기술을 겸비한 조구함이 판을 뒤집었다. 그는 매일 두 차례 지옥 훈련을 마쳐도 쉬지 않는다. 고무 튜브 당기기 400회를 채워야 잠자리에 든다. 이런 노력 덕분에 그는 상대를 쉴 새 없이 몰아칠 수 있었다. 초반 승부가 많지 않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결승전에서도 연장 끝에 이겼다. 체력이 압도적이라 가능한 일이다. 그는 “한국 유도의 체력 훈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누구를 만나도 체력에선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웃었다.

조구함은 최근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필살기인 업어치기에 안뒤축걸기 기술을 접목했다. 그는 “업어치기 하나로는 강자들을 이길 수 없다. 제2의 필살기로 상대 허를 찌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독 유도 종주국 일본에 강하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다섯 차례 출전했는데, 네 차례 결승(금 2·은 2)에 올랐다. 금호연 남자 유도대표팀 감독이 조구함을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꼽는 이유다. 금 감독은 조구함을 “지독한 노력파”라고 부른다.

조구함의 대기만성형 유도 인생은 그의 우직한 플레이 스타일과도 닮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도복을 입은 그는 대학(용인대)에 진학 후에야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일찌감치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곽동한(27·90㎏급), 안창림(26·73㎏급), 안바울(26·66㎏급) 등 또래들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다. 올림픽 첫 출전이던 2016년 리우 때는 16강에서 탈락했다. 왼쪽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돼 축인 왼발을 제대로 쓰지 못한 탓이다.

조구함

조구함

리우올림픽 후 수술대에 오른 조구함은 1년 3개월간의 재활을 견뎌낸 끝에 멋지게 재기했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은메달을 땄고, 이어진 세계선수권에서 정상에 올랐다. 올해 출전한 네 차례 국제 대회에서도 모두 입상(금 1·은 2·동 1)했다. 그는 “라이벌의 입상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저긴 내 자린데’라고 이를 악물며 재활 기간을 버텼다”며 “6년 전 체급을 내릴 때보다 더 힘든 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그는 2013년까지 100㎏ 이상급(무제한급) 선수였다. 국내 무대는 평정했지만, 국제 대회에서 한계를 느끼고 체급을 내렸다. 당시 125㎏이었던 그는 결심 5주 만에 25㎏을 뺐다.

리우올림픽에서 16년 만에 ‘노골드’에 그친 한국 남자 유도는 침체기다. 조구함의 성씨는 ‘나라 조(趙)’이지만, 이름은 우리말 ‘구함’이다. ‘나라를 구한다’는 뜻이다. 그는 “드디어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값을 할 때가 왔다.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을 제패해 위기의 한국 유도를 구하겠다”고 다짐했다.

진천=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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