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려울뿐 어둡진 않아요"|생산성 낮은 고임은 곤란|부실기업은 부양책써도 안된다|실명제등 개혁분위기 무르익었죠<최철주 정제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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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토지공개법 관련 법률안의 임법에 대해 정치권과 경제계등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활발한 논의가 일고있다. 그러나 그같은 논의가 때로는 공식화·표면화되지 못한채 총론적 찬성논 우세만이 나타나 보다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다. 조순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은 모든 정책이 광범위한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그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은 극복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질문을 통해 그의 정책추진 방향을 알아본다.
▲최철주경제부장=요즈음시간이 나실때 주로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조부부총리=경제문제지요. 그러나 최근에는 대단히 어려운 역사걱 시점을 만나 나같은 처지의 사람이 어떤 마음자세를 갖고 일에 임하며 살아가야 되느냐 그런 생각을 자주 갖습니다.
▲최=토지공개법도입과 금융실명제는 6공화국이 내건 최대의 경제목표이고 부총리도 관심이 이들 개혁조치에 집중돼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방안들이 성안돼 입법화단계에 들어서면서 여기저기 소리가 많습니다. 정책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말도 있는데 정부가 너무 이상적으로만 밀어불이는 것이 아닙니까.
▲조=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사회경제 현실을 보면 계층간·지역간 갈등이 분출되고 불형평·불공정이 큰문제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어떤 사람들은 기존제도만 현실이라고 생각하는데 토지공개념도입만해도 기존의 토지제도·세제를 그대로 두고는 사회경제의 지속적 발전은 불가능합니다. 정부로서도 현실을 보는 눈이 그렇기 때문에 이를 추진하자는 것입니다.
▲최=그러나 야당일각은 물론 여당은 공식석상에서 수정·보완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경제팀이 막말로 따로노는것 갈은데 이러한 정치권의 우려를 어떻게 극복하실 생각임니까.
▲조=소속이 정치권이다 또는 정부관료다 해서 견해차가 있는 것은 아니고 차가 있다면 아마 각자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여당과는 이미 한차례 당정협의를 했지만 제가 알기로는 구체적 몇가지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견해지 기본취지는 찬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충분한 협의를 거치면 갈 될 것 임니다. 저로서는 또 이번 일은 반드시 그렇게 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개혁조치가 정권의 향방을 좌우한 경우는 많고 일본도 소비세도입문제로 집권당이 최근 선거에서 의석수를 크게 잃었습니다. 토지공개념제도를 우리와 같이 강력히 추진한 외국도 별반 없고 그렇게 해서는 정권이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말도 있습니다.
▲조=일본 자민당의 선거참패이유는 소비세가 결정적인게 아니라 크게 봐서 도덕성의 타락과 나아가서 토지정책을 비롯한 제도개혁을 상황에 걸맞게 끌고 나가지 못한데 국민들의 불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배워야 한다면 오히려 이런 점이지요.
또 딴나라에 예가 없는일이 한국에서 이뤄지겠냐 하지만 우리는 우리만이 가진 정책의 절실성과 당위성이 있는 것입니다.
▲최=5공화국때도 금융실명제를 추진하다 좌절한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보면 왜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보십니까.
▲조=불과 몇해밖에 안되지만 그때는 사회상황도 다르고 경제제도의 개혁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국민들간에 확산되지 않았습니다. 실명제만해도 관리들 사이에만 제시됐지 폭넓은 지지는 없지 않았습니까.
오늘날도 당시와 유사점은 있으나 개혁조치를 실현시킬수 있는 주변상황은 많이 달라졌다고 봅니다.
▲최=종합토지세·토지초과이득세등 일련의 토지법안들이 나오니까 저소득층 가운데는 내년부터 아예 세금부담이 훨씬 즐어들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상당합니다만.
▲조=지금도 영세민·농어민등 저소득층은 각종 조세감면혜택을 받고있지만 앞으로도 부담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토지공개념도입·금융실명제등 개혁조치의 목적이 부노소득·부당이득을 막자는 것이고 따라서 저소득층들도 직접적 세금경감보다 이런정책을 통해 자신들에게 이익이 돌아온다고 보시는게 옳은 판단일 것입니다.
▲최=지금 내시는 재산세는 얼마나 냄니까. 내년에 재산세과표가 현실화돼 3∼4배 높아지면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조=가옥세·대지세를 합해 46만여원 정도인가요(웃음).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나도 중산층증 상층은 돼 앞으로 다른사람보다 훨씬 세금을 많이 내야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토지공개념도입등이 당위성과 장점이 많다지만 한편으로는 기업의 의욕을 꺾고 경영의 위축등 부작용을 가져올 우려도 큽니다. 지금은 전체분위기에 묻혀 쥐죽은 듯 하지만 제대로의 정책이 세워지려면 찬·반론도 활성화되어야 하는게 아닙니까.
▲조=자유기업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투자·성취의욕은 결코 저상돼서는 안되며 이점세 심한 배려를 하겠습니다.
다만 토지공개녑도임이 업무에 관계없이 불필요하게 많은 당을 매점하는것을 막자는 것으로 기업가가 필요한 토지는 소유가 보장될 것입니다. 또 현재와같은 산업화 추세로는 우리도 공장입지의 확보어려움이 대단히 빠르게 나타나 결국 이런 개혁조치들이 단행돼야만 문제도 해결될수 있으리라 봅니다.
찬반논의는 정부로서도 진정으로 각계각층의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고 이를 듣고싶습니다. 통과되는 법안이 향후 경제·사회적 측면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를 모두가 알아야 정책시행도 제대로 될게 아닙니까. 전체적인 분위기가 개혁조치들을 공감한다해서 이런 시류에 편승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만 하면 된다고는 전혀 생각지 않습니다.
▲최=현재 우리 경제상황이 어두울 때 개혁조치들을 추진하려면 어려움이 많을텐데 그런측면에서 수출촉진책 등 경기를 부추기는 정책을 펴는것도 좋은 방안이 아닙니까.
▲조=저는 우리경제의 현상황이 어려울 뿐이지 어둡다고 생각은 않습니다. 정말 장래가 어두우면 이런 개혁조치는 생각도 못합니다.
수출촉진책만 해도 지난 3년간 임금은 평균 60%이상이 을랐습니다. 여기에 생산성증가는 둔화되고 근로시간도 많이 줄었으며 상당히 놀고 쓰기를 좋아하고들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수출이 과거보다 증가못하는 것은 당연하며 수출촉진책을 써서 국면이 타개되리라는 생각도 잘못입니다.
물론 정부도 세세한 측면에서 수출애로를 덜기위한 정책은 지금도 취하고 앞으로도 힘쓰겠지만, 중요한 것은 근로자도 열심히 일하고 기업도 적극적인 생산성향상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수출업계나 국민들에게 강조하고 싶은점도 과거처럼 정부의 수출드라이브정책만으로 일이 바로 잡혀지는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최=그렇다면 경제구조조정과정에 도산하는 기업들을 어떻게 하시렵니까. 부총리직책에서 볼때 쓰러져도 할 수 없다고 내버려 둘 수가 있겠습니까.
▲조=본래 이런점은 원리적으로 말해야 오해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국민경제운용을 맡고있다고 모든 기업을 살리겠다고 거짓말은 할 수 없고 최선을 다해 정책을 펴되 도산하는 일은 어쩔 수 없습니다. 도산과 창업이 잇따라 계속되는 것이 또 자유기업주의의 원리이며 확실한 점은 지금 쓰러질수 밖에 없는 기업이 부양책을 써서 제대로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최=하반기 경제종합대책에도 언급하겠지만 곧 「국민임금위원회」가 구성·발족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임금을 누르는 소득정책은 외국도 길게보면 성공한 예가 드물고 오히려 근로자의 의욕저하등 생산성 향상에 장애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굳이 추진하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조=지금까지 노사분규의 실상을 살펴보면 노사간 입장이 기본적으로 달라 공감대부족으로 마찰이 격화돼 온게 사실입니다. 「국민임금위원회」도 정부가 종전의 가이드라인 같이 임금 수준을 일방적으로 정해 준수시키자는 것이 아니라 임금·근로자복지에 관련된 이론과 실상을 각계인사와 논의, 제시함으로써 노사양측의 대화폭을 넓히고 자율적인 임금타결관행을 정착시켜 보자는 뜻입니다.
미국의 케네디·존슨대통령시절의 임금가이드라인 정책은 이보다 훨씬 완강해 장기적으로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은 임금타결등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노사양측에 주고 결정은 당사자에게 맡기자는 것이기 때문에 실패가 있을 수 없을 겁니다. 다만 생산성향상 없이 고임금만 추구해서는 곤란하다는 게 정부의 생각입니다.
▲최=이야기를 예산으로 바꾸지요. 내년 예산증가율이 18∼20%로 평창예산이라는 지적도 적지않고 현실적으로 재정인플레의 우려도 있습니다. 공약사업실천때문에 정치권의 요구에 밀린것은 아닙니까.
▲조=80연대초만해도 정책최우선목표가 물가안정이었고 이를 위해 예산동결등 조치를 취하다보니 원래 목표는 이뤘지만 조세부담률, GNP에 대한 예산비중은 계속 떨어졌습니다. 다시말해 국민이 필요로 하는 사회간접개발, 복지확대등이 정부의 주된 재정기능인데 비정상적 재정운용이 돼버린 것이지요.
내년에 예산이 20%가까이 증액된다 해도 일반회계 예산의 대GNP비중은 14∼15%로 그래도 세계잉여금은 나타날 전망입니다. 이것을 재정인플레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최=부총리께서 그동안 취해온 정책을 보면 농어민·저소득층에 대해 상당한 애정을 갖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거시경제정책이란 무차별적인 것이고 농촌만해도 수입개방등에 대비해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런점을 잘 아실텐데 왜 그렇습니까.
▲조=농업이나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이 우리경제 전체로는 필요하지만 당사자는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인데서 보듯이 다른 분들이 갖는 감정을 함께 하는 것이겠지요. 정책을 세울 때는 장래에 그 사람들을 위해서 최선이 무엇이냐는 냉정한 분석과 투시가 있어야겠지만 경제정책운용도 사회경쟁속에 불리한 계층에 대해 애정은 충분히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최=부총리를 비롯한 현 경제팀을 두고 학자출신이 많아 현실을 모른다는 말도 꽤 있었습니다. 취임 8개월 여가되셨으니 그동안 현실정책을 요리하면서 부족함이나 보완할점을 느끼신적은 없습니까.
▲조=아무도 현실을 1백% 아는 사탕은 없고 필요한 것은 어느 직책이나 제한된 것이나마 균형잡힌 지식·인식을 갖는 점일겜니다. 저로서도 이 자리에와 부족과 보완을 느낀 경우가 허다합니다. 요는 노력과 반성으로 자세를 가다듬는 게 중요한데 애를 쓰고 있습니다.
▲최=한시는 가끔 쓰십니까.
▲조=최근에는 바빠서 전혀 시간이 없었습니다(웃음).<기록=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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