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0기 KT배 왕위전' 야생마 이영구, 도전자가 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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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40기 KT배 왕위전'

<도전자 결정전 하이라이트>
○. 서무상 6단 ●. 이영구 5단

서무상 6단은 최근의 눈부신 활약으로 랭킹이 27위까지 올라갔다. 김성룡 9단이 28위이고 서봉수 9단이 33위인 것에 비교하면 그의 상승세는 눈부시다고 말할 수 있다. 이영구 5단은 13위다. 하지만 그는 8개 팀이 겨루는 2006 한국리그에서 한게임의 1지명자가 됐다. 현재는 10위 밖이지만 그보다 더 올라갈 것이란 믿음을 주었기에 기라성 같은 유명 기사들을 제치고 1지명으로 뽑힌 것이다. 이영구의 상승세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장면1(153~161)=153부터 우하 흑이 멋지게 살고 있다. 흑의 수순이 참으로 음미할 만하다. 문제는 백인데 수순 중 154를 보자. 이 수로 A에 빠지면 백은 완생이다. 영원히 괴롭힘당할 일이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서무상 6단은 154로 따냈다. A로 빠지면 흑B가 선수되는 게 싫어 있는 힘껏 버틴 것이다.

나중에 백이 C로 막는다면 A보다 154가 좋다. 그러나 흑이 A로 몰게 되는 일이 벌어지면 백이 손해다. 그렇더라도 이 154로 인해 대마가 죽는 참변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장면2(180~193)=수순이 한참 지나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80으로 우변을 넘어가면 안전하다. 그러나 불리한 서무상은 뒤도 안 돌아보고 180으로 달려가 186까지 살아 둔다. 하지만 183이 놓이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187로 몰자 우변 백 대마가 몰사한 것이다. 서무상 6단도 죽음을 알았을 것이다. 그는 스스로 옥쇄를 선택한 것이다. 이번에도 대마는 수로 인해 죽은 것이 아니라 형세 때문에 죽었다. 193에서 투석. 이영구 5단이 드디어 도전자가 됐다.

서무상 6단은 8강전에서 박영훈 9단을 꺾고 4강전에서 최철한 9단을 격파하며 놀라운 진격을 거듭했지만 운이 여기까지였을까. 아쉽게도 이영구 5단에게 가로막혔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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