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닛케이 “문 대통령 對日 자세 ‘지킬 앤드 하이드’ 같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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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 결정 이튿날인 23일 일본 언론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일(對日) 자세에 대해 “두 얼굴을 가진 지킬 앤드 하이드”라고 표현했다.

“대일관계 개선 시나리오 풍전등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미네기시 히로시(峯岸博) 편집위원은 이날 ‘문 대통령의 대일 자세는 지킬 앤드 하이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일본에 두 개의 얼굴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광복절 연설에서는 반일 감정 선동을 자제했지만, 그의 대일 외교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면서다. 그는 “지소미아 파기가 그 증거다”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협력의 길로 나오면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고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이후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한 것을 이중적인 태도라고 비판한 것이다.

미네기시 위원은 지난해 3월 문 대통령과 접할 기회가 있었다면서 그가 웃는 얼굴에 신사적인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또 문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를 만회하려는 말에 거짓이 없어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문 대통령이 ‘일본과 역사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을 빠르게 바꿨다면서 “학생운동을 거쳐 인권 변호사의 길을 선택한 혁신계 정치가의 얼굴로 돌아와 일본에 주먹을 들어 올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2일 일본이 백색국가(수출우대국)에서 제외했을 때 이후 문 대통령의 발언 등을 되짚었다.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 당시엔 문 대통령이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기세가 대단했다고 미네시기 위원은 평가했다.

지난 9일 개각 때도 문 대통령은 대일 강경파로 알려진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했으며,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로 타격이 큰 반도체 분야의 권위자 최기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기용했다는 사실을 되짚어다.

하지만 그는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연설에서는 강제징용 문제 등 역사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일본과 ‘손을 잡겠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당시 일본 언론 역시 문 대통령이 일본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협력을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청와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면서 다시 대일 강경 자세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미네기시 위원은 문 대통령이 “반일 정치가라기보다는 일본을 대하는 확고한 이념이 없는 것이 실상”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의 대일(對日) 자세는 지킬앤하이드’제목의 기사 [사진 홈페이지 캡처]

‘문 대통령의 대일(對日) 자세는 지킬앤하이드’제목의 기사 [사진 홈페이지 캡처]

또 문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연설에서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한일 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언급했으나 이후 ‘일본군 위안부 화해·치유재단’의 일방적 해체와 강제징용 문제 등으로 일본 정부와 국민을 실망시켰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문 대통령의 세계관은 한반도를 축으로 돌고 있으며 일본은 톱니바퀴 가운데 하나 정도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지소미아 종료로 오는 10월 일본에서 열리는 일왕 즉위식 때까지 대일 관계를 타개하려 했던 한국 내 시나리오는 풍전등화가 됐다고 지적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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