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제1저자, 뭐가 문제?" 이재정 경기교육감 SNS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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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고교 시절 인턴으로 참여한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을 옹호하는 글을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학생이 조사연구에 참여해 쓴 보고서에 '제 1저자'로 등록한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를 놓고 "어떻게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급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과 고교생의 보고서를 동급으로 볼 수 있느냐"는 비난 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 교육감은 22일 오후 자신의 SNS에 "참다못해 한마디 한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지난 14일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역사체험교육을 확대하겠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교육청]

지난 14일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역사체험교육을 확대하겠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교육청]

"자기 보고서를 자기 이름으로 냈는데 왜 문제냐" 

그는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 대학입시에 사정관제도를 도입하면서 여러 가지 활동을 입시 평가에 반영했고 학생들은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에게 교육 경험을 쌓은 뒤 실습보고서를 썼다"며 "미국에선 이 보고서를 '에세이'라고 하고 우리나라에선 '논문'이라고 한다. 미국에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이런 훈련을 하는데 당연히 (보고서를 쓴 학생이) 제1저자"라고 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 교육감 페이스북 화면 캡처]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 교육감 페이스북 화면 캡처]

이 교육감은 "에세이는 기본적으로 조사, 연구하고 자기의 경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자기주장을 쓰는 것이다. 인턴도 직장이 아닌 이런 교육과 훈련 과정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조 후보의 딸도 대학교수의 지도 아래 현장실습을 한 것이고 그 경험을 에세이로 써서 보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것(보고서)을 논문이라고 하면 당연히 제1저자는 조 후보의 딸"이라며 "자기 보고서를 자신의 이름으로 내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이런 실습을 한 것도 당시에 권장한 사안이다.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자는 뜻에서 글을 쓴다"고 주장했다.

누리꾼 "대학교수 논문을 고교생 에세이로 본다"  

이 교육감의 글에는 오후 4시30분 현재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붙으며 논란이 됐다. 일부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상당수가 이 교육감이 올린 글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한 누리꾼은 "입시부정과 연관된 사안인데 교육감이 이런 발언을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은 "대학교수 등이 참여해서 학회지에 게시된 SCI급 논문을 이 교육감이 졸지에 고교생의 에세이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논문을 써 본 적이 없느냐", "교육감이 정치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교육감이 맞느냐", "이 교육감이 해킹을 당한 것 같다"는 글도 올라왔다.

논란되자 "비난 말고 경청하는 자세도 필요" 

[사진 이재정 교육감 페이스북 화면 캡처]

[사진 이재정 교육감 페이스북 화면 캡처]

논란이 되자 이 교육감은 재차 SNS에 글을 올렸다.
그는 "우리나라 학술지의 경우 국제적인 기준에 올라 있는 학술지도 있지만,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학술지도 있다"며 "학술지의 등재는 학술지 권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저자가 누구냐에 따라 결정하지는 않는다. 댓글을 달아줘 감사하다. 한편으로는 비난하지는 말고 경청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끝을 맺었다.
이 글에도 현재 280여개에 달하는 비난 댓글 등이 이어지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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