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 분담금 목표는 현금+호르무즈·남중국해 동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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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미가 본격적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 준비에 착수한 가운데 미국이 기존 현금 및 현물 지원 이외의 방식으로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목록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식통 “미국, 한국 기여 목록 마련 #트럼프 현금 50억 달러 원하지만 #참모들, 현실적으로 힘들다 판단”

20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이 차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 달러(약 6조325억원)를 책정할 때 한국의 파병, 연합작전 참여 등을 통한 사실상의 비용 분담도 근거로 했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의 목표는 ‘50억 달러’가 아니라 ‘50억 달러 상당’이라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50억 달러 대부분을 현금으로 받아내기를 원한다. 하지만 협상을 해야 하는 미 행정부 인사들은 이게 현실적으로도 힘들고 더 나아가 한국 내에서 반미 감정 자극 등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이에 적당한 선에서 한국 부담을 늘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납득시킬 수 있을 만한 현금 이외의 기여 리스트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이번에 방위비 분담금을 새롭게 추산하는 ‘글로벌 리뷰’를 통해 한반도와 세계 전역에서 한·미 동맹 방위를 위해 쓰고 있는 비용을 추산했고, 이를 모두 합쳐 50억 달러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 연합훈련뿐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호위 연합체 구성,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 등 한국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방위활동의 경비를 모두 계산한 것으로 미군 인건비부터 군사적 자산 전개 비용까지 모두 넣었다”면서다. 또 “한국이 파병이나 장비 배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게 미국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한국의 현금 기여분도 대폭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미는 올 3월 타결한 10차 방위비 협상을 통해 이전보다 8.2% 인상한 1조389억원을 한국의 분담금 규모로 정했다. 11차 협상에서는 이 인상률을 더 높인다는 방침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아파트 임대료 보다 한국으로부터 방위비 10억 달러(1조2065억원)를 받는 게 더 쉬웠다고 발언했다는 보도와 관련,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최소 금액, 즉 11차 협상에서 한국 분담액 시작점을 10억 달러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틀을 벗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SOFA(제2조)는 한국이 주한미군 군사부지를 공여 식으로 제공하고 토지 보상도 한국 정부가 하되, 미 정부는 미군 인건비 등 주한미군 유지 경비를 부담하도록 했다. 방위비 분담금은 원래 미국이 전액 부담해야 할 미군 주둔 비용을 한국이 일부 부담하는 것으로, 일종의 예외를 적용한 것이다. 한국은 ▶한국 측 인건비(현금) ▶군수 비용(현물) ▶군사건설비(현금+현물)를 내고 있다.

미국은 10차 협상 때도 작전지원 항목(전략자산 배치·장비순환 배치·연합훈련·주한미군 역량 강화 비용) 신설을 요구했다가 한국 측 거부로 철회했다.

◆베츠, 차기 협상 사전협의 진행=10차 협상을 이끌었던 티모시 베츠 미 국무부 방위비 분담 협상 대표가 방한해 20일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 분담 협상 대표와 11차 협상과 관련한 사전 협의를 진행했다. 베츠 대표는 이 자리에서 협상 개시 일정 등을 제시했다고 한다. 면담은 비공개로 이뤄졌지만, 양국 국방·외교 당국자 3~4명이 배석하는 등 실질적인 협상에 준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한·미는 조만간 11차 협상 대표를 새로 선임할 방침이다.

유지혜·이유정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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