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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C "토지 악용도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온실가스 23%나 배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7일 인도네시아 아체 지역에서 야자 재배 플랜테이션을 위해 지른 불로 인해 밀림이 타오르고 있다. 야자 플랜테이션에서 재배, 채취한 팜 오일은 바이오에너지 등으로 사용되지만, 밀림이 파괴되면서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인도네시아 아체 지역에서 야자 재배 플랜테이션을 위해 지른 불로 인해 밀림이 타오르고 있다. 야자 플랜테이션에서 재배, 채취한 팜 오일은 바이오에너지 등으로 사용되지만, 밀림이 파괴되면서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류의 토지 악용이 지금과 같은 기후 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이라고 국제 기후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나섰다.

토지 이용과 식량 생산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기후 재앙을 피할 수 없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지난 2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50차 총회를 개최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의장 이회성)는 8일 이번 총회 결과를 담은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 -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을 채택했다.
특별보고서 전체 내용은 10월 하순 전문가 토론회를 통해 공유할 예정이다.

이회성 의장 "기후변화 인식 제고 기대"

지난해 10월 8일 제48회 IPCC 총회에서 지난 6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48차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승인된 직후 공동 의장들이 환호하고 있다. [IISD/ENB | Sean Wu 제공 =뉴스1]

지난해 10월 8일 제48회 IPCC 총회에서 지난 6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48차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승인된 직후 공동 의장들이 환호하고 있다. [IISD/ENB | Sean Wu 제공 =뉴스1]

이번 특별보고서는 토지는 식량과 물을 공급하는 중요한 기반이며, 토지 이용은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기후변화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동차·공장·화력발전소의 온실가스 감축만으로는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또는 2도 아래로 묶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집약농업은 70억이 넘는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고 있지만, 토양 침식과 유기물 감소를 초래했다"고 언급했다.

토양은 무생물 자원으로 여겨왔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공간이자 유기 탄소의 저장 공간인 만큼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줄이는 데도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단일경작과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수요 증가는 토양을 황폐화했고, 토양의 온실가스 흡수 능력을 떨어뜨렸다는 점도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작물을 함께 재배할 것과 농업 부분에서 화석 연료 사용을 자제할 것 등을 권고했다.

한국 출신인 이회성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1992년 브라질 리우 환경회의 당시 유엔이 인류 사회에 대한 세 가지 도전이라고 지적했던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문제, 사막화를 연결시킨 게 이번 보고서"라고 말했다.

국제기구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이회성 의장. [기상청 제공=연합뉴스]

국제기구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이회성 의장. [기상청 제공=연합뉴스]

이 의장은 "우리의 터전이고 우리를 먹여 살리는 토지에 가해지는 기후변화의 위기에 대해 시민들 인식이 제고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세계자연기금(WWF)의 스테판 코르넬리우스 기후변화 수석 고문은 "이번 보고서는 현재의 토지 이용이 기후변화에 기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자연 생태계 회복과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소비로 시급하게 전환해야 함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 4개 부문으로 나눠 작성 

서울그린캠퍼스 대학생 홍보대사와 서울소재 대학생 등이 지난 6월 4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그린캠퍼스 실천을 촉구하는 '온실가스 감축, Go! 그린캠퍼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광장에 펼쳐진 '1.5℃'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의 지구온도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를 의미한다. [연합뉴스]

서울그린캠퍼스 대학생 홍보대사와 서울소재 대학생 등이 지난 6월 4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그린캠퍼스 실천을 촉구하는 '온실가스 감축, Go! 그린캠퍼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광장에 펼쳐진 '1.5℃'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의 지구온도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를 의미한다. [연합뉴스]

이번 보고서는 4개 부문(A~D)으로 구성됐다.
먼저 A 부문(온난화된 세계에서의 사람, 토지, 그리고 기후)에서는 토지의 변화는 폭염·호우·가뭄 등 극한 현상의 강도와 빈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후변화는 생물 다양성, 식량 체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앞으로 그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B 부문(적응 및 완화 대응 방안)에서는 사막화 방지는 지속가능한 토지관리는 기후변화 악영향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또는 2도 미만으로 억제하려면 토지기반의 기후변화 완화 정책이 필요하고, 조림과 바이오에너지 등을 통합한 토지 이용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C 부문(이행 가능한 대응 방안)에서는 식량 손실과 음식 낭비를 줄이거나 식습관을 바꾸면 온실가스 배출과 사막화, 토지 황폐화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공 건강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역 이해 관계자의 참여가 정책 효율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D 부문(단기적 조치)에서는 사막화와 토지 황폐화 방지 등 단기적 조치는 사회·생태적 이익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적응에 노력하지 않는다면 악영향은 점점 증가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은 저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KEI 명수정 박사 집필에 직접 참여

인도네시아 아체 지역의 파괴된 열대우림.[EPA=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아체 지역의 파괴된 열대우림.[EPA=연합뉴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요약본은 앞으로 다양한 정책 결정 시 유용한 과학적 근거 자료로 활용되며, 장기적으로는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 목표 달성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번 특별보고서 집필진으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명수정 연구위원이 참여했다.
명 연구위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과 위험, 도시·작물·산림 등 토지의 중요성을 다루는 데 참여했다.

이번 총회에는 약 120개국의 350여명의 기후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유연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를 수석대표로, 이은정 기상청 기후정책과장(교체 수석대표) 등이 정부대표단을 구성해 참석했다.

한국대표단은 이번 총회에서 '토지 황폐화 중립(Land Degradation Neutrality, LDN)' 개념이 요약본에 강조되도록 주도하는 활동을 벌였다.
LND는 황폐해진 토지를 조림 등으로 통해 복원하고, 전 세계 토지의 추가 황폐화를 멈추게 하자는 개념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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