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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이 하얼빈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은 속사정

중앙일보

입력

#7월 16일, 하얼빈(哈尔滨) 시내에서 알리바바 창시자 마윈의 모습이 포착됐다. 하얼빈 중양다제(中央大街 중앙대가) 인파 속, 마윈은 알리페이(支付宝)로 현지 특산 아이스크림 ‘마디얼(马迭尔 Modern)’을 사서 동료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사진 중궈칭녠왕]

[사진 중궈칭녠왕]

최근 중국 4대 인터넷 기업 BATJ(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징둥)가 줄줄이 투자 움직임을 보이며 둥베이(东北 동북) 지역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행보는 '산하이관(山海关 후베이성 친황다오에 있는 관문)을 넘어서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投资不过山海关)'는 말을 뒤집는 것이어서 더 눈길을 끈다.

낙후된 둥베이 3성에 민영기업 투자 봇물 #불모지에서 기회의 땅으로 변신 성공할까

**投资不过山海关: 중국 기업들이 둥베이 지역 관련 프로젝트를 기피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
**BATJ: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징둥 영문 표기의 알파벳 앞글자를 딴 것이다.

[사진 알리바바 웨이보]

[사진 알리바바 웨이보]

알리바바 임직원들과 함께 지난 7월 16일 하얼빈에 모습을 드러낸 마윈은 "알리바바 그룹의 투자 범위는 이제 산하이관(山海关 후베이성 친황다오에 있는 관문)을 넘는다"고 선언했다.

이번 헤이룽장성 정부와 알리바바 그룹 간 체결한 협정에 따르면, 향후 헤이룽장성은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분야 알리바바의 기술을 지원받아 공동으로 '디지털 룽장(龙江)'을 건설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계획으로는 △스마트 제조, 스마트 관광, 디지털 상권, 금융 서민화 △농촌 금융, 농촌 상품 마케팅 및 브랜드 창출 △인재 육성 △디지털 정부 및 정보 서비스 등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얼빈 [사진 셔터스톡]

하얼빈 [사진 셔터스톡]

사실 둥베이 지역에 주목하고 있는 기업은 알리바바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2018년)를 기점으로 징둥(京东) 류창둥(刘强东) 회장, 완다(万达) 왕젠린(王健林) 회장, 텐센트(腾讯) 마화텅(马化腾) 회장 등 내로라할 중국 대기업 총수들이 헤이룽장(黑龙江) 지린(吉林) 랴오닝(辽宁) 즉 둥베이 3성(东北三省)에 투자 행보를 보여왔다.

징둥 류창둥 회장은 2018년 1월 둥베이 3성에 방문해, 3년 내 둥베이 지역에 200억 위안(약 3조 4000억 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5월에는 완다 그룹이 선양(沈阳)시 정부와 전략적 협정을 체결, 이미 250억 위안을 투자한 상태에서 또 다시 800억 위안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자금은 △세계 일류 대형 문화관광 프로젝트, △글로벌 병원, △국제학교, △완다 광장 5곳 건설 등에 사용된다.

이어 6월, 텐센트 마화텅 회장이 선양에 방문, 랴오닝성 정부와 텐센트 간 전략적 협정 체결식에 참석했다.

 둥베이3성(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사진 바이두바이커]

둥베이3성(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사진 바이두바이커]

앞서 언급했듯 둥베이 지역은 중국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기피 대상으로 알려져 있다. 얼마 전에는 ‘둥베이 진저우(锦州)에는 인터넷 호출 택시가 없다’는 글이 올라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디디추싱 등 인터넷 호출 택시가 이미 일상이 된 상황 속, 둥베이 진저우에서는 인터넷 호출 택시뿐만 아니라 공유 자전거 역시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지난 2017년 9월, 오포(ofo)가 진저우에 자전거 1000대 투입을 추진했으나 각종 문제에 부딪혀 최종적으로 진저우에서 철수한 바 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실제로 둥베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제 환경에 오랜기간 방치돼 있었다. 정책, 자원, 인재 등 조건이 복합적으로 얽혀 초래된 결과다.

그러나 민영 경제가 아직 제대로 뿌리내리지 않은 ‘미개척지’ 둥베이는 인터넷 기업들이 강점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도 했다.

일찌감치 둥베이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징둥은 하얼빈에 둥베이 최대 물류센터를 1년 사이 완공해 지난 5월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이 물류센터의 배송 범위는 헤이룽장성 및 그 주변 지역을 포괄한다. 전면 운영에 돌입하면, 하얼빈시 및 주변 거주민은 징둥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상품의 90%를 반나절 안에 배송받게 된다.

선양 [사진 셔터스톡]

선양 [사진 셔터스톡]

한편, 둥베이 3성 지방 정부 자체적으로도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중점 과제로 삼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1월, 지린성 발개위(发改委 발전 및 개혁위원회) 및 재정·인사 등 8개 부처는 공동으로 <지린성 확대 개방 100개 정책 조치>를 발표했다. 이 문건은 투자무역 편의성 제고, 우대 정책, 비용 절감, 자금 지원, 인재 육성, 비즈니스 환경 개선 등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에 앞선 2017년, 랴오닝 성은 중국 최초로 성급 비즈니스 환경 건설 감독기관을 설치했다. 그 결과 랴오닝성 사업 프로젝트 심사 비준 기간을 90 영업일 이내로 단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성급 행정기관의 비준 및 공공서비스 온라인 처리율도 90%까지 늘었다.

랴오닝 사회과학원 산업경제 및 WTO연구소 장톈웨이(张天维)소장은 “민영기업은 비즈니스 환경에 누구보다 민감하다”며, “과거 둥베이 지역은 중공업 기지로서 국영기업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비즈니스 환경 건설 측면에서 남쪽에 뒤쳐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그에따라 ‘산하이관 위로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외부에 심어주었다는 것.

사우디아람코(좌), BMW(우) [사진 바이두바이커, 셔터스톡]

사우디아람코(좌), BMW(우) [사진 바이두바이커, 셔터스톡]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정책적 지원과 정보 인프라 개선을 바탕으로 ‘투자 불모지’ 둥베이가 세계 각지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노리는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민간 자본뿐만 아니라 외국계 기업의 둥베이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 10월, 착공에 들어간 BMW 랴오닝 제3공장에는 300억 위안(약 5조 1000억 원)이 투입됐다. 기존 제1·제2 공장까지 더하면 MBW가 랴오닝 지방 정부에 가져다 주는 세수 이익은 500억~600억 위안(약 9조 원)에 달한다. 그밖에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사우디아람코(Saudi Aramco)가 지난 2월 랴오닝성에 중국과 합자기업인 석화연합기업 설립하기로 결정했으며, 투자 규모는 167억 달러(약 19조 68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낙후된 '중공업의 도시, 국유기업의 천국' 둥베이3성(동북3성)을 살리려는 노력은 수 차례 추진됐었다. 2000년대 초 동북3성진흥계획, 2010년대 창지투(창춘-지린-두만강)개발 계획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모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부가 못한 동북3성의 부흥, 과연 마윈 마화텅으로 대변되는 중국의 민영기업이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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