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숙박비…이럴바엔 베트남 가" 피서지 바가지요금 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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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불법 평상을 설치한 식당들을 지자체가 단속하는 모습. [JTBC 캡처]

계곡 불법 평상을 설치한 식당들을 지자체가 단속하는 모습. [JTBC 캡처]

반(反) 일본 정서가 고조되면서 일본여행이 급감하고 국내여행이 증가하고 있지만 올해도 피서지를 찾은 관광객들의 바가지요금에 대한 불만은 거세다.

최근 강원도 강릉을 찾았던 박모씨는 바가지요금에 여름 휴가를 망쳤다며 “다시 오면 성을 갈겠다”며 강릉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박씨가 쓴 글을 보면 “4인 가족으로 숙소를 예약해 1박에 25만원을 결제했다”면서 “현장에 가니 아이들 1인당 2만원인 4만원, 바비큐 1인당 8만원 등 1박에 41만원을 받았다”고 쓰였다. 이어 “맛은 개판, 가격은 바가지에 완전히 망쳤다”며 “이런 종류의 글을 쓴다고 뭐가 변하겠느냐. 단속 이런 것은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진 강원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캡처]

[사진 강원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캡처]

한 해수욕장의 컵라면은 3000원이다. 뜨거운 물은 제공되지만 카드 사용은 안 된다. 테이블이 있는 파라솔 하루 대여료는 5만원이다. 시간단위로는 대여를 할 수 없어서 짧은 시간 사용은 어렵다. 이런 식으로 여름 휴가철만 되면 해수욕장 바가지요금은 국내여행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계곡 평상도 피서지 바가지요금의 대명사다. 일단 무허가 지역에 평상을 설치한 것은 둘째치고라도 평상을 빌리는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강원도 평창 지역 계곡의 한 피서객은 “평상 하나에 5만원씩하다가 10만원씩하기도 하고 제멋대로다”고 말했다.

속초로 휴가를 왔다는 한 네티즌은 “아이랑 갈만한 숙소는 20만∼30만원대...미쳤다. 아무리 성수기라도 너무 한다”며 “앞으로는 베트남 휴양지 리조트로 가겠다”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불만을 표시했다.

정부는 최근 여름 휴가철 부당요금 집중 단속을 선언했다. 오는 25일까지 전국 270개 해수욕장을 대상으로 요금관리 등을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해수욕장 개장에 맞춰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겠다는 이벤트를 열고 있지만 일회성 행사에 그쳐 피서객들은 바가지요금 근절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자체에 들어오는 바가지요금 관련 민원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노종면의 더뉴스’ 의뢰로 지난 2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5일 발표한 ‘日 경제보복 전·후 일본여행 의향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경제보복 전 일본여행 의향자는 국민 10명 중 7명에 이르는 대다수였으나, 경제보복 이후 10명 중 2명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p).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경제보복 이전에 일본여행을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는 응답은 69.4%, ‘이후 현재도 일본여행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16.2%로 나타났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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