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총격현장서 생후 2개월 아이 살리고, 목숨 잃은 엄마의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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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엘패소 총격 사건 당시 용의자 모습(왼쪽)과 (기사내용과 관련 없는) 신생아 이미지. [AFP=연합뉴스, 프리큐레이션]

텍사스 엘패소 총격 사건 당시 용의자 모습(왼쪽)과 (기사내용과 관련 없는) 신생아 이미지. [AFP=연합뉴스, 프리큐레이션]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발생한 월마트 총격 사건 때 생후 2개월 된 아들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진 엄마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아이를 구한 엄마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

4일 AP통신에 따르면 엘패소에 사는 리타잼로스키(19)는 엘패소 유니버시티 메디컬 센터를 찾았다가 언니 조던 안촌도(25) 가족의 총격 피해 소식을 들었다.

엘패소 유니버시티 메디컬센터는 총격 사건 부상자 13명이 후송된 병원이다. 잼로스키는 이곳에서 병실을 기다리던 중 2개월 된 조카가 해당 병원에서 골절로 치료를 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총격 사건 현장에서 갓난아이가 병원으로 후송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 주인공이 자신의 조카였던 것이다.

잼로스키는 조카가 목숨을 구했다는 소식에 안도했다. 하지만 조카와 함께 있던 언니 조던과 형부 안드레 안촌도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잼로스키는 조던이 총기 난사 현장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비보를 접했다. 잼로스키는 "아이의 뼈가 부러진 것으로 보아 언니가 안고 있던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넘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던이 아이를 감싸고 넘어진 덕분에 아이는 목숨을 구한 것으로 보인다. 잼로스키는 "언니가 아이의 목숨을 건졌지만, 본인은 목숨을 잃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잼로스키에 따르면 세 아이를 둔 조던은 아이들의 새 학기(9월) 개학을 앞두고 남편 안드레와 함께 학용품을 사러 월마트에 들렀다가 사고를 당했다.

이날 텍사스주 엘패소의 월마트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20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다쳤다. 당시 매장 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으나 경찰은 "매장이 1000~30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생후 2개월 된 아기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사망자 가운데는 생후 4개월 된 아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분산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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