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분수대

강남좌파와 국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최민우 기자 중앙일보 정치부장
최민우 정치팀 차장

최민우 정치팀 차장

강남좌파가 공개적으로 처음 회자된 건 2006년경이다. 해외에서 샴페인 사회주의자, 캐비어 좌파 등으로 불렸던 ‘배부른 진보’의 한국판이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강남이 사회적 위세(prestige)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기존 좌파 이미지와 충돌한다”고 평했다. 겉으론 평등을 외치지만 뒤로는 잇속을 챙기는 위선을 꼬집는 비아냥이기도 했다.

강남좌파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데엔 당시 조국 서울대 교수가 일조했다는 평가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2011년 자신의 책에서 “잘 생긴 외모, 유능하고 세련된 느낌, 강남좌파임을 인정한 ‘쿨한’ 자세” 등을 조국의 강점으로 꼽았다. 조 교수 스스로도 “부유하면 보수, 가난하면 좌파라는 건 기계적 생각”이라고 했다. 진보적 색채의 386세대가 고소득 전문직으로 이동한 것도 힘을 실어줬다. 어느새 강남좌파는 저항 의식, 창의적 사고, 따뜻한 감성,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 등으로 일반인의 로망이 됐다.

그런 강남좌파도 공직자라는 무게는 버거웠을까. 최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페이스북에 쏟아낸 말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애국이냐 이적이냐”(18일) “일제 징용 대법원 판결 부정하면 친일파”(20일) “서희와 이순신 역할을 동시에 수행”(21일) 등이다. “자유로움을 표방하는 강남좌파가 그토록 혐오하던 전체주의적 사고를 여과 없이 표출했다는 점에서 이율배반”(윤평중 한신대 교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뽕’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버나드 마넹 뉴욕대 정치학 교수는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실은 새로운 엘리트의 부상과 다른 엘리트의 퇴조일 뿐”이라고 말했다. 강남좌파도 어느새 시효가 다한 걸까. 시중엔 “이번에 조국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다”는 말이 적지 않다.

최민우 정치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