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첫 비공산정권 실험 경제난 해결이 당면 과제|자유노조정치력 시험대올라|소도 "개혁바람직" 환영표명|40년집권 공산당·군협력은 미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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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폴란드에 마침내 전후 동유럽 최초의 비공산정권이 들어설 것이 확실해졌다.
폴란드 통일농민당과 민주당은 16일 자유노조의 정부구성을 적극지지하는 한편, 자유노조-통일농민당-민주당 3자 합동의원총회에서 절대다수로 바웬사를 새수상후보로 선출했다.
이제 남은 일은 의회및 대통령의 승인절차뿐인데, 현재 의회의 의석분포로 볼샔 의회통과는 거의 확실하다. 다만 야루젤스키대통령의 의사표시가 문제이나 대통령이 수상후보에 대한 거부권과 의회해산권까지 가지고 있지만 현재 상황으로선 야루젤스키대통령이 의회의 결정을 번복할 입장은 아닌 것같다.
야루젤스키대통령은 15일 바웬사와의 개별면담을 요청했는데, 이 회담에서 바웬사로부터 「어느정도의 확실한 보장」만있다면 바웬사수상결정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폴란드사태 전개에대해 그동안 공식태도표명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던 소련은 15일 바웬사가 발표한 성명 내용, 즉 비공산정부가 들어서도 폴란드는 바르샤바조약기구국으로 남아있을 것이며 각료중 민감한 자리인 내무·국방상을 공산당에 배정한다는 보장을「합리적 제안」이라며 최초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실 소련으로선 폴란드사태가 하나의 딜레마다. 현재 동유럽권에서 개혁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형가리와 폴란드 두나라중 지정학적으로 볼때 폴란드는 헝가리와는 비교할 수없을만큼 소련에 중요하다.
헝가리는 소련과 극히 일부의 국경을 접하고 있을뿐이어서 설혹 헝가리에 반소적 정부가 들어선다해도 별다른 어려움없이 커버가 가능하다.
반면 폴란드는 소련의 서쪽으로 향하는 길목에 넓게 위치하고 있을뿐아니라 역사적으로 독일의 대소련 공격루트여서 만약 폴란드가 소련권에서 떨어져나갔을 경우 동독마저 위태롭게 됨으로써 소련의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딜레마적 상황에서 바웬사가 밝힌 폴란드의 긍산권잔류선언은 소련에 일종의 희소식이 아닐수 없다.
새로 구성될 폴란드 정부는 치안·국방을 공산당에 맡기는 대신 내정과 외교는 비공산세력이 장악하게 될것으로 보인다.
현재 폴란드가 안고있는 경제문제는 어떠한 정치세력이 맡아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여서 바웬사로선 큰 모험인 동시에 정권담당능력의 심판을 받게될것같다.
특히 지난 1일 실시된 가격자유화조치로 식품가격이 최고 5백%나 뛰어올라 국민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으며 연2백%이상의 인플레, 4백억달러에 가까운 외채등은 폭발직전의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금까지 국가시책의 반대입장에서 활동해왔을뿐 국가경영의 경험이라곤 전혀없는 바웬사가 이끄는 정부가 어느정도 해낼수 있을지의문이다. 이와함께 지금까지 4O년이상 계속돼온 공산당통치의 산물인 정부관료·군, 그리고 공산당이 얼마만큼 바웬사정부를 지원해줄 것인지도 미지수여서 결코순탄치만은 않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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