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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CoverStory] 7·14 대공개 바캉스 프로젝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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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난감하네요. 여름방학이 코앞인데 아직 휴가 계획을 못 잡으셨다고요? 너나없이 '떠나는' 여름, 숙소 구하기부터 쉽지 않죠. 비용은 또 어떻고요. 웬만한 콘도에서 하룻밤 자는 데만도 기십만원. '여름휴가라지만 까짓, 낙엽 밟으며 가을에 가고 말지' 속궁리도 많으시겠군요. 그런데 아이들 표정은 영 그게 아니네요. 아빠 휴가만 손꼽아 기다리잖아요. 무슨 수가 없을까요? 실속은 실속대로 챙기고 추억은 추억대로 쌓을 수 있는, '바캉스 고수'들의 휴가 비전(秘傳) 같은 것 말이에요. 올여름 week&은 캠핑 휴가를 제안합니다.

"뭐? 캠핑? 텐트 치고 밖에서 자는 그 캠핑?" 네, 맞아요. "코펠에 버너로 밥해 먹는 그 캠핑?" 네, 맞아요. "'나만의 샤워실'도 없는 바로 그 캠핑?" 네, 맞습니다. 바로 그 캠핑입니다.

왜냐고요? 이유가 있죠. 콘도나 펜션의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숲은 아무래도 멀죠. 그런데 캠핑은 달라요. 밤 지새우는 벌레 소리, 귓가 때리는 개울물 소리, 쏟아지는 별 무더기. 그 속에서 나와 자연은 어느새 하나로 포개집니다.

불편해 보인다고요? 물론입니다. 어찌 보면 캠핑의 매력은 '다소의 불편'에 있습니다. 바로 그 불편함 속에 '자연'과 '체험'이 녹아 있죠. 캠핑은 자연과 부딪히는 과정입니다. 도시의 일상에선 불가능한 일이죠. 그 자체가 숨 쉬는 공부입니다.

시커먼 산그림자에 파묻혀 느끼는 전깃불의 소중함, 텐트를 직접 치고 폴대를 세우면서 맛보는 성취감, 살아 있는 동식물을 바로 곁에서 접하는 감흥. 캠핑의 불편함 속에 그런 '보석'들이 숨어 있습니다. 캠핑의 추억은 유효 기간이 무척 깁니다. 그에 비하면 편한 숙소, 편한 침대, 편한 식당 속에서만 보낸 휴가는 아무래도 덜 인상적이지요.

두려워 마세요. 캠핑의 성패는 '준비'에 달렸습니다. 망설이는 분들을 위해 아웃도어 플래너 한형석(32)씨가 '즐거운 캠핑을 위한 노하우 10가지'를 공개합니다. 자, 아들딸 손잡고 별 소나기 맞을 그날을, 오늘 한번 제대로 준비해 볼까요.

글=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 나도 캠핑족 노하우 10가지

1 짐은 라면 상자에 종류별로 차곡차곡

먼저 자동차 트렁크부터 치우세요. 트렁크 사이즈에 짐을 맞춰야 하니까요. 욕심은 금물입니다. 꼭 필요한 물건만 챙기세요. 요령요? 물론 있죠. 수퍼마켓에 가서 라면 상자 몇 개를 구하세요. 거기에 종류별로 짐을 차곡차곡 넣으세요. 이리저리 옮기기 쉽고, 야외에선 근사한 보관함 역할도 합니다. 가져간 물건들이 텐트 주위에 어지럽게 널려 있다면 짜증의 연속이겠죠. 혹 잃어버려도 크게 아쉽지 않고요. 짐 챙기는 요령은 '넣기도 쉽게, 빼기도 쉽게'입니다. 마구잡이로 쑤셔 넣으면 꺼낼 때도 고생이죠. '정리정돈 철저'는 성공적 캠핑의 첫발입니다. 일반 승용차의 경우 트렁크가 넘치지 않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면 짐이 뒤 유리창 위로 올라오지 않을 정도라야 합니다.

2 음식 재료는 잘 다듬어 반조리 상태로

'파도 한 단씩, 계란도 한 줄씩'은 곤란합니다. 필요한 만큼 정확한 개수를 챙기세요. '남으면 가져오지 뭐' 이런 생각은 오산입니다. 짐이 금방 넘칩니다. 두 가족 이상 함께 캠핑을 간다면 서로 식성을 챙기세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중에 못 먹는 음식이 혹 있는지 말이죠. 그런 메뉴는 빼는 게 좋죠. 캠핑장에선 '메인 메뉴'가 많지 않으니까요. 밑반찬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포인트죠.

메뉴를 정하면 재료는 '준비 완료'가 돼야 합니다. 캠핑장에서 씻고 자를 필요 없이 코펠에 넣기만 하면 되도록 말이죠. 대신 미리 썰면 상하기 쉬운 감자 등은 씻어만 두세요. 캠핑장의 요리 지침은 '최대한 간편하게'입니다.

3 조미료는 카메라 필름통에

캠핑보다 삼층밥 짓기가 겁난다고요? 하긴 버너와 코펠로 불조절이 쉽진 않죠. 그렇다면 '압력밥솥'을 챙기세요. 야외에서 압력솥에다 밥을 하면 '삼층밥 걱정 안~녕'이죠. 시간까지 아낄 수 있어요. 버너로 밥을 지으면 40분쯤 걸리죠. 그런데 압력솥은 15분이면 된답니다. 버너의 가스 연료도 아낄 수 있고요. 게다가 야외에서도 돼지고기찜.갈비찜 같은 요리들을 쉽게 할 수 있거든요. 코팅된 솥이라 설거지도 쉬워요. 휴지로 싹 닦아내면 그만이죠. 시골에서 감자와 옥수수, 고구마를 사다 쪄 먹는 데도 그만이죠.

또 하나. 카메라 필름통에다 조미료를 담으세요. 필름통은 100% 방수죠. 비가 와도 걱정 없어요. 필름통은 크기가 작아 식초.소금.설탕.후추.고춧가루 등을 나눠 담아도 큰 자리를 차지하지 않죠. 습도.온도 변화에도 강하고 밀폐성도 뛰어나요. 사실 필름통과 음식 용기는 같은 재질이에요. 건강에도 문제가 없습니다. 필름통에 견출지만 붙이면 소금과 설탕을 구분하기도 쉽고요.

아참, 플라스틱 바구니도 잊지 마세요. 야외에서 상추 등 야채를 씻어 물을 빼는 데 필요하니까요.

4 텐트, 미리 꺼내 점검해야

캠핑장에서 냄새 나는 텐트, 불이 안 붙는 버너, 녹슨 코펠을 가지고 있다면 짜증이 나겠죠? 출발 전에 미리 꺼내 살펴 보세요. 텐트는 집에서 한 번 이상 설치해 봐야 합니다. 폴대가 부러졌거나 텐트 원단이 찢어졌는지도 살펴야죠. 비가 샐 수 있으니까요. 텐트 구멍은 주로 담뱃불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수선 테이프가 그만입니다. 잘라서 붙이면 감쪽같거든요. 요즘은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많이 나와 흉하지도 않아요. 수선 테이프는 아웃도어 전문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요.

5 '캠핑의 흔적'…그곳이 명당

캠핑지는 그늘이 있고, 차량 접근이 쉽고, 식수를 구하기 쉬운 곳이어야죠. 그래도 그냥 산 좋고 물 좋은 곳만 찾아선 곤란합니다. 자칫 무료해지기 쉽거든요. 물놀이나 낮잠도 한두 번이면 지루해지기 십상이죠. 테마가 있는 곳을 고르세요. 가령 유명한 사찰이 있거나 문화 유적지가 있다면 더 좋겠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캠핑 관련 동호회나 카페가 많습니다. 지역별로 자세한 정보가 담겨 있죠. 여기에서 희망하는 캠핑지에 대한 실속 정보를 구할 수 있어요. 캠핑에선 '남의 실패담'이 곧 '나의 성공담'으로 이어지니까요.

그럼 텐트는 어디에 쳐야 할까요? 경사진 곳은 피해야죠. 5인용 텐트라면 가로.세로 폭을 어른 걸음으로 다섯 걸음씩 잡으면 됩니다. 초보자는 '텐트의 흔적'을 찾으세요. 다른 사람들이 텐트를 쳤던 장소는 이미 검증된 자리죠. 네모 반듯하게 풀이 누워 있거나, 돌멩이가 치워져 있게 마련입니다. 이런 곳은 비가 와도 물이 잘 넘치지 않아요.

6 상비약 반드시 챙겨야

너무 외진 곳은 피하세요. 갑자기 환자가 생기거나 기상 악화로 고립될 수 있거든요. 캠핑지도 큰 이정표가 있거나 전화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곳이 좋아요. 휴대전화가 터지는 곳인지도 꼭 챙기세요. 인터넷 캠프 동호회 사이트에 들어가면 알 수 있죠. 캠핑장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 연락처 확인은 기본입니다. 아이가 있다면 더욱 그래야죠. 근무 시간과 응급실 유무, 야간 비상 연락처도 꼭 챙기세요.

간단한 상비약도 잊지 마세요. 야외에선 찰과상, 물갈이로 인한 배탈이 종종 생깁니다. 연고와 반창고, 설사약 등을 준비하세요. 기온이 낮은 산보다 바닷가에 모기가 더 많아요. 바르는 모기약 등 모기에 대한 대비도 해야죠.

7 가족 모두 역할 분담을

'캠핑 갔다가 스트레스만 받았네.' 이런 분들도 종종 있어요. 특히 아빠들이 그래요. 운전도 혼자, 텐트 칠 때도 혼자, 음식 준비도 혼자, 설거지도 혼자. 당연히 녹초가 될 밖에요. 캠핑의 매력은 '함께'에 있습니다. 아들이 폴대를 잡고 아빠가 텐트를 치고, 딸이 야채를 씻고 엄마가 찌개를 끓일 때 알콩달콩 재미가 살아나죠. 아이들은 은연 중 책임감과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충분히 소화할 만한 역할을 아이들에게 하나씩 맡기세요. 그게 바로 캠핑의 알맹이인 거죠.

8 운치 만점의 빗속 야영

여름 휴가는 장마철과 겹치죠. 캠핑 갔다가 비를 만나는 일도 종종 생깁니다. 많은 사람이 비만 오면 짐을 싸요. 비에 흠뻑 젖은 채 투덜대며 캠핑장을 떠나죠. 그러지 마세요. 올 여름에는 오히려 빗소리를 즐기세요. 물론 안전한 장소에 텐트를 쳤다는 것이 전제가 돼야겠죠.

텐트에 누워 듣는 빗소리는 '운치 만점'이죠. '타닥, 타닥, 타닥'하는 빗소리 밑에서 마시는 뜨거운 커피 한 잔은 캠핑의 백미예요. 요즘은 천장의 일부가 비닐로 된 텐트도 있어요. 누워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걸 감상할 수도 있죠. 또 천장에 그물망이 달린 텐트는 맑은 날 누워서 밤하늘의 별을 보기에도 그만이에요.

9 현지 특산물로 별미 상차림

캠핑지의 특산물을 미리 알아보고 별미 요리를 준비하세요. 시골 장터에 가면 지역 특산물을 사기 어렵지 않죠. 비닐하우스가 아닌 노지에서 자란 제철 과일과 야채는 시골장만의 매력이죠. 이번 캠핑지가 흑돼지로 유명한 곳이라고요? 그럼 흑돼지 요리를 준비하세요. 야채와 양념 등 부가 재료는 집에서 챙기고 고기만 현지에서 사는 식으로요. 아이들과 함께 시골장을 돌아보세요. 도시에서 카트를 끌며 돌던 현대식 마트와 정서부터 다르죠. 장터의 물건부터 가격 흥정까지 빼놓을 수 없는 재밋거리입니다.

10 출발은 새벽에, 귀가는 밤에

휴가철에는 차가 많이 막히죠. 고속도로가 아예 주차장이 되기도 합니다. '갈 때도 짜증, 올 때도 짜증'이라면 휴가의 의미가 없잖아요. 여름에는 날이 일찍 밝아요. 오전 6시 이전에 출발해 보세요. 차가 막히지 않으니까 기름도 아끼고, 시간도 아끼고. 그야말로 일석이조죠. 도착해서도 느긋하게 텐트를 치고 하루를 통째로 즐길 수 있어요.

대신 돌아올 땐 오후 9시쯤 떠나세요. 흔히들 아침이나 점심을 먹자마자 짐을 챙기죠. 그러면 십중팔구 도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밤에 떠나면 달라요. 막히지 않는 차로를 쌩쌩 달릴 수 있죠.

그런데 저녁 먹고 오후 9시까지 뭘 하느냐고요? 주변 구경을 하든지, 아니면 밥 해 먹는 대신 가까운 읍내로 가서 시골 자장면이나 국밥을 먹는 것도 방법이죠.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 물어 보세요. 이 근처에 맛집이 어디냐고요. 그런 다음 허름한 시골 목욕탕에서 시간을 좀 보내도 좋고요. 그게 오히려 '덜 피곤한 귀가'거든요. 캠핑은 시작도, 끝도 즐거워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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