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유정 사건, 수사 과정서 일부 미흡” 1차 점검 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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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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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제주 '고유정 사건'의 부실수사 논란과 관련해 사건 처리 과정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경찰의 현장 점검 결과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실무 차원의 사실관계 확인 결과로, 법률검토 등 절차가 남아 있어 경찰의 최종 판단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 진상조사팀은 최근 수사국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팀은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지자 이달 2일부터 제주동부경찰서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 감식과 담당 경찰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앞서 고유정 사건과 관련해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진 부분은 크게 ‘현장보존 미흡’, ‘졸피뎀 확보’, ‘현장 인근 CCTV 미확보’ 문제 등이다.

고유정(36)이 전남편을 살해한 지 이틀 뒤 종량제 봉투를 버린 펜션 인근의 쓰레기 분리수거장. 편광현 기자

고유정(36)이 전남편을 살해한 지 이틀 뒤 종량제 봉투를 버린 펜션 인근의 쓰레기 분리수거장. 편광현 기자

우선 진상조사팀은 초동 수사 당시 현장 보존이 미흡했다고 1차 판단했다.

경찰은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범행 현장인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폴리스라인도 설치하지 않았다. 심지어 펜션 주인은 경찰 동의를 얻어 청소를 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경찰은 지난달 1일 고유정을 긴급체포할 당시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혈흔이 묻은 흉기 등은 확보했지만 졸피뎀 약봉지를 찾지 못했다.

이 약봉지를 발견한 사람은 고유정의 현 남편이다. 그는 고유정의 파우치에서 졸피뎀 약 성분이 적힌 약봉지를 발견하고 경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팀은 수사팀이 이미 주요 범행도구를 발견하고 고유정의 자백까지 받아낸 상황에서 주거지 수색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유정(36)이 범행 사흘 뒤인 지난 5월 28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환불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 [뉴스1]

고유정(36)이 범행 사흘 뒤인 지난 5월 28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환불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 [뉴스1]

다만 범행 현장 인근 CCTV 영상 미확보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진상조사팀은 판단했다.

경찰은 전 남편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이뤄진 5월 27일 사건 현장을 찾았지만 인근에 설치된 CCTV 위치만 확인했을 뿐 즉각 내용은 확인하지 않았다.

경찰은 다음날인 28일 오후 마을 어귀에 있는 방범용 CCTV를 확보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방범용 CCTV의 경우 경찰서 상황실에서도 열람할 수 있어 우선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신고 3일째인 29일에서야 경찰은 전남편 가족의 요청으로 펜션 인근 CCTV를 살펴보고 여기서 고유정의 수상한 거동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경찰이 좀 더 일찍 펜션 인근 CCTV를 확인했더라면 시신유기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비난이 나온다.

하지만 진상조사팀은 실종 신고 초기 범죄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이 CCTV 확인보다 실종자 수색에 주력한 것은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1차 판단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진상조사팀 조사 결과는 아직 확정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면밀한 확인 작업을 거치고 문제점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거친 뒤 경찰 대응에 잘못이 있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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