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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레바논 진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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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대공세가 레바논을 비롯한 주변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레바논 남부에 거점을 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하면서다. 이스라엘군은 즉각 탱크와 전투기를 동원해 레바논 영토로 진입하며 보복공격을 감행했다.

양측 간의 교전은 12일 오전(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레바논 남부 자리트 농장 지역에서 발생했다. 헤즈볼라는 "치열한 교전 과정에서 이스라엘인 2명을 살해하고 병사 2명을 납치했다"고 발표했다. 헤즈볼라는 이어 "이스라엘 수용소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정치범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방송 직후 이스라엘은 즉각 보복공격에 나섰다. 전투기와 야포를 동원해 헤즈볼라 주요 거점을 공격하고 탱크를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은 2000년 남부 레바논에서 철수한 이후 처음으로 레바논 영토로 진입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속보로 이스라엘의 진격 장면을 보도하며 "현지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아라비야 방송은 이번 사태를 "가자지구 무장단체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를 지원하기 위한 헤즈볼라의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대공세가 장기화하면서 수십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주변국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이스라엘군의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이스라엘군은 12일에도 가자지구 깊숙이 지상군을 투입했고, 이 과정에서 가자시티 이슬람대학 교수와 일가족 6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이날 낮 12시 2명의 이스라엘 병사가 레바논 남부에서 피랍됐음을 공식 확인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는 "이스라엘을 흔드는 세력은 엄청난 대가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레바논 헤즈볼라에 대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펼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 최고 지도자 칼리드 마슈알은 "수감자 석방 없이 피랍 병사 석방도 없다"고 못박았다. 갈등이 결코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 고이즈미 중동 순방=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11일 이스라엘에 도착해 중동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일본 총리가 이스라엘을 방문하기는 11년 만에 처음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12일 올메르트 총리와 모셰 카차브 대통령을 만난 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방문한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 대화를 통해 폭력사태를 종식할 것을 촉구하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일본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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