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단 골든볼 취소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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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딘 지단의 독일 월드컵 골든볼(최우수선수) 수상을 취소할 수도 있다."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깜짝 발언을 했다. 블라터 회장은 1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신문인 라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골든볼 수상자를 결정하는 것은 기자단이지만 FIFA 집행위원회는 수상자 결정이 축구의 윤리에 거슬리는 것으로 판단될 때는 그 결정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상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블라터 회장은 "FIFA 징계위원회에 지단의 퇴장 사건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지단의 골든볼 수상에 대해 어떤 조치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지단의 인간성과 겸손함,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잘 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나를 당황하게 했고 페어플레이 정신을 훼손했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의 마르코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받아 퇴장당한 지단의 폭행 원인에 대해 무수한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결국 정식조사에 나선 FIFA가 "조사 결과에 따라 두 선수의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단은 프랑스를 우승으로 이끈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도 조별리그에서 퇴장당한 것이 FIFA의 페어플레이 정신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골든볼을 수상하지 못했다.

?핵심은 인종차별과 폭력

이번 사건의 핵심은 '마테라치가 인종차별적 언행을 했느냐'는 것이다. FIFA는 독일 월드컵의 공식 슬로건을 '친구가 되는 시간'으로 정하면서 인종차별적 언행에 대해 감점 제도까지 도입하는 등 강력한 입장을 보였다. 유럽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마테라치가 '이슬람 테러리스트'와 같은 인종차별적인 말을 했다면 고액의 벌금과 장기간 출장 정지를 감수해야 한다. 또 이탈리아 대표팀도 징계를 면할 수 없다.

지단의 폭력도 당연히 징계감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제프 윈터 주심은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단이) 머리로 들이받은 것도 (마테라치가) 셔츠를 잡아당긴 것이나 모욕적 발언을 한 것과 마찬가지로 중대한 잘못"이라며 "모든 상황에 대한 공정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단은 13일 프랑스 '카날 플러스' TV에 출연, '박치기 퇴장 사건'의 진상을 털어 놓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12일 보도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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