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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개특위로 가닥 잡았지만…눈치 싸움에 발표 미룬 민주당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선거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정개특위와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및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심사하는 사개특위 중 민주당이 어떤 위원회의 위원장직을 맡을지에 관해 논의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선거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정개특위와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및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심사하는 사개특위 중 민주당이 어떤 위원회의 위원장직을 맡을지에 관해 논의했다.[연합뉴스]

‘정치개혁특위냐 사법개혁특위냐 그것이 문제로다.’
더불어민주당을 오랫동안 괴롭혀온 질문이다. 민주당은 4일 의원총회에서 둘 중 어느 특위 위원장을 맡을지 논의했지만 최종 결정은 유보했다. 하지만 대충 '답'을 찾았다. 두 특위의 활동기한을 연장하되 위원장은 기존의 정의당과 민주당이 아니라 원내 1·2당이 나눠 갖는다는 게 지난달 28일 ‘국회 정상화’ 합의의 핵심이다. 민주당이 하나를 택하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자유한국당의 몫이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에서 “의견을 고르게 들었고, 원내지도부가 위임받아 다음 주 초에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는 둘 중 뭐가 우선이냐를 놓고 엇갈린 의견이 나왔다. 사개특위 소속인 이춘석 의원은 “민주당 지지층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다루는 사개특위가 어떻게 되는지를 더 주의 깊게 보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69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연장안이 의원들의 투표로 통과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69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연장안이 의원들의 투표로 통과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대체로 선거법을 다룰 정개특위를 선택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공감대였다. 공수처법의 근본 취지를 훼손해선 안 된다고 강조해 온 전해철 의원도 통화에서 “패스트트랙의 목적 자체가 일정 시점까지 합의 노력을 하고 안되면 본회의에서 표결한다는 건데 야 3당과 선거법을 우선 처리하고 공수처법을 하기로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공수처법을 소홀히 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관철하기 위해 정개특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게 내 입장이고, 의총에서도 밝혔다”고 말했다.

의총 발언대에 선 사개특위 소속 의원들(백혜련·박범계·이종걸)도 전 의원과 비슷한 입장이었다. 이종걸 의원은 통화에서 “공수처법은 이미 국민적 지지도 높고, 반대 논리도 약해서 자유한국당이 사개특위 위원장을 맡더라도 잘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일, 당시 지도부이던 김관영 바른미래당(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선거법,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에 관한 합의문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 1일, 당시 지도부이던 김관영 바른미래당(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선거법,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에 관한 합의문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선거법은 공수처법보다 시간적 제약이 있다. 국회법 85조 2항에 따르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은 상임위원회 심사 180일,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90일, 본회의 부의 후 상정까지 60일 등 국회 통과에 최장 330일이 걸린다. 공수처법은 법사위가 소관 상임위라 체계·자구 심사 90일을 생략할 가능성이 있지만, 선거법은 반드시 법사위를 거쳐야 해서 최장 3개월이 더 걸린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법사위의 고유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랐을 때 체계·자구 심사를 추가로 해야 하는지가 법조문에 명시돼 있지 않다”며 “여야 합의가 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당 지도부는 사실상 정개특위로 가닥을 잡은 상태지만 이날 최종 발표는 하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우리가 급할 건 없으니 한국당이 예결위원장을 선출해서 추경에 성실히 협조하려는지도 보고, 마치 민주당이 개혁입법을 포기하고 밥그릇 챙기는 것처럼 비치지 않는지 여론 추이를 살핀 후 발표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며 “의원들도 그런 의미에서 지도부에 결정을 위임해 힘을 실어주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사전에 정개특위로 결정해놓고 사후적으로 의총을 연 게 아니냐는 의원들도 있어서 물리적으로 숙의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희ㆍ이우림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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