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적대 행위에 필사적"…北 판문점 회담 끝나자마자 미국 때리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30일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진 지 나흘 만에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제재 선동자'로 공개 비난했다. 북·미 실무 협상을 앞두고 북한이 기선잡기용 선공에 나섰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 [연합뉴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 [연합뉴스]

미국 뉴욕의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는 3일(현지시간)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분위기를 선동하고 있다”며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공동서한이 미 국무부의 지시하에 유엔주재 미 대표부에 의해, 그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정상회담을 제의한 당일에 이뤄졌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판문점에서 북ㆍ미 정상회담이 열린 당일(미국 현지시간 지난달 29일) 미국 측이 프랑스, 독일, 영국 등 30여개 유엔 회원국에 북한 해외근로자들의 본국 송환을 촉구하는 공동서한을 발송했다는 것이다.

유엔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은 이 서한에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에 규정된 대로 북한이 해외에 파견한 근로자들의 상황에 대한 중간보고서 제출과 오는 12월 22일까지 북한 근로자의 송환 의무를 상기시켰다. 북한이 최근 편법을 동원해 중국이나 러시아에 파견한 근로자들을 계속 취업시키려 하는 데 대한 경고다. 동시에 미국 정부가 대화를 재개해도 실질적인 비핵화에 진전이 없을 경우 대북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는 “미국은 실질적으로 점점 더 북한에 대한 적대적 행위에 필사적이라는 현실을 말해준다”며 이를 비판했다.

정부 당국자는 “판문점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갑자기 열린 것”이라며 “미국의 서한은 지난달 27일부터 순차적으로 발송된 만큼 우연의 일치로 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트집 잡아 북·미 실무 협상 재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은 "미국과 비핵화 실무 협상에 나서는 북한으로선 미국이 어디까지 접고 나올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선공 카드로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