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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철강산업|내수물량도 못대는 "호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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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철강업계가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3저의 실질적 효과로 모든 업종이 호황을 즐겼지만 철강업계는 그 이후에 나타난 원화절상·임금상승· 원자재가격 상승등 이른바 3고현상에도 불구하고 호황의 지속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포철의 88년 매출액은 3조7천11억원, 당기순이익은 전년도보다 91%나 늘어난 1천3백44억원이었으며 동국제강· 인천제철· 강원산업· 한보철강·한국철강등 제강업체도 지난해 최저 28·5%(한국철강)에서 최고89·6%(인천제철) 까지 당기순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그룹경영이 다소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던 한보그룹의 한보철강 역시 매출액 1천7백19억원으로 이익신장률이 전년대비 59%에 이를 정도였다.

<관련산업도 호황>
이같은 호황은 관련산업 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관업체중 현대강관은 3백82·1%, 동양철관은 2백66·8%, 부산파이프는 1백30·4%의 높은 이익신장률을 기록했고 부실기업 정리차원에서 기아산업이 인수한 특수강업체인 대한중기도 전년대비 1백65·8%나 이익이 늘어났다.
이처럼 철강산업의 호황 기류는 전후방 산업에 골고루 퍼져 있다.
이는 자동차·전자·기계등 중화학제품의 수출증대와 투기로까지 옮겨졌던 건축경기의 활황, 생활수준 향상에 의한 국내소비 증가등에 따른 것이다.
철은 흔히 「산업의 쌀」로 불린다.
각종 산업의 기초소재에서부터 생활필수품, 심지어 1회용 라이터에까지 철이 안 들어가는 상품은 없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철강산업 육성을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지만 최소 경제단위인 연산 3백만t 제철소를 세우는데 30억∼50억 달러의 엄청난 자금이 소요돼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다.
1백40여개 나라중 그럴듯한 제철소를 갖고 있는 나라는 30여개국 뿐으로 우리나라의 철강산업 호황은 포철이라는 독보적 제철소를 갖고있기 때문이다.
한승수 상공강관이 지난 2월 영국 대처수상을 예방했을 때의 일이다.
이 자리에서 대처수상은 한국이 이룩한 최근의 괄목할만한 업적을 치하하면서 첫째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둘째 평화척 정권교체, 셋째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최신예 제철소의 건립을 예로들었다.
대처수상은 「철의 여상」 답게 우리나라 철강산업 발전을 올림픽 개최, 정권교체와 동렬에 놓고 칭찬했으며 실제로 86년5월 한국을 방문했을때 포철에 내려가 포항공대에 기념식수를 하고 컴퓨터를 기증하는등 남다른 관심을 보였었다.
그러나 이같은 관심은 비단 대처수상뿐만이 아니다.

<포철은 경계대상>
개도국의 경제성장을 긍정적으로 거론할 때, 또 통상마찰, 기술이전에 따른 부머랭 효과, 개도국의 추격등 선진국의 입장에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낼때 항상 등장하는 것이 한국의 철강산업, 특히 포철이다.
포철의 생산규모는 조강기준으로 연산1천4백50만t이다.
73년 1기 설비를 준공한 이래 4차에 걸친 시설확장으로 포항제철소를 9백10만t 생산체제로 완성한데 이어 87년5월 광양제철소 1기설비준공과 함께 같은 규모의 2기설비를 88년7월 준공함으로써 일관공정을 갖춘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규모가 됐다.
포철의 88년 매출액 3조7천11억원은 제조업체로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와 더불어 3조대를 넘는 가장 큰 규모다.
그러나 전후방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포철만큼 큰 제조업체는 한군데도 없다.
예를들어 포철에서 생산하는 열연으로 부산파이프·현대강관· 동양철관등이 각종 파이프, 냉연으로 연합철강·동부제강이 자동차· 전자등이 필요로 하는 아연도강판· 전기아연도강판등을 만들어 낸다.
또 고려제강·만호제강·동일제강·영흥제강·천기제강등이 선재 (와이어로프) 를 생산하고 있고 전기로에 고철을 녹여 철근등을 만드는 동국제강·인천제철·강원산업등 포철과 관련된 철강업체는 2백여사를 넘고 있다.
외국이 포철에 대해 찬사와 경계를 동시에 교차시키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철강업계의 호황은 수출보다 내수에 기인하고있다.
국내 철강 생산량은 88년 조강기준으로 포철을 포함, 1천9백11만8천t으로 국내 수요량 2천2백만3천t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내수도 충당못해>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름으로써 호황을 맞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철근 역시 부동산 투기 열풍으로 비화된 건축경기의 활황으로 공급부족 현상을 빚었으며 올해 역시 분당· 일산 신도시 개발계획으로 최소한 60만t의 추가소요가 예상된다.
『철강산업은 앞으로도 당분간 호황입니다. 포철이 광양3기설비 준공을 서두르고 있고 4기설비를 곧 시작할 계획이지만 수요가 2000년에는 2천7백만t에 이르고 공급이 도저히 못따라갈 형편입니다. 또 외국의 경우 선진국은 설비시설을 계속 줄여나가고 있고 중국등 후발개도국의 추격은 국내사정등으로 당분간 걱정할게 못됩니다』 한국철강협회 송기오 부회장은 그러나 호황일때 내일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철강제품은 일본·미국등 선진국에 비해 30%가량 가격경갱력을 갖고 있지만 급격한 임금상승 (철강업계 평균 23·5%)에 대비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일본·미국·EC등과의 통상마찰에 대비, 국제수평분업체제 모색과 업종 다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포철이 미국 USX와 합작으로 UPI사를 운영하고 터키에 연산 4만t규모의 합금철 제조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고,고려제강이 말레이시아에 2천5백t 규모의 선촌공장을 추진하는 것이며, 포철이 자동차산업에 뛰어들 것이란 그럴듯한 소문이 퍼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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