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법관 취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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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홍훈 대법관
"마음 열고 귀 기울여 기본권 최대한 보장"

다산(정약용) 선생이 재판의 요체에 관해 일찍이 갈파하신 '성의(誠意)'를 가지고 사건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함은 물론이며 불편부당하고 공평무사한 마음으로 공정하게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사법적 정의를 실현하겠다. 깊은 사색과 고뇌를 통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통찰력을 얻도록 마음수행을 게을리하지 않겠다. 국민의 소리에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며, 국민을 섬기고자 노력해 우리 헌법상 최고의 이념인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

현대사회는 모든 변화와 다양한 욕구 및 분쟁을 법이라는 제도의 틀 속에서 수용해 해결돼야 한다는 법의 시대로 나가고 있다. 따라서 합리적 이성에 의한 법을 통해 조화와 균형 및 인류의 공존과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동화적 통합과 시대정신을 구체적 판결에 담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

박일환 대법관
"하급심 다양한 의견이 좋은 판례 만들 수 있어"

초임 법관 시절에는 정말 법원이 어려운 시기였다. 특히 남부지방법원은 어려운 사건이 많았다. 이 자리에 와서 보니 그때 같이 근무하던 선배께서 여러분 대법관이 되어 여기 계신다. 여러모로 힘이 되어 주셔서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드린다. 이번 대법관 임명 과정을 겪으면서 국민이 법원에 보내 준 애정과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국민은 법원에 대해 사회의 각종 분쟁에 다양한 가치관이 반영되는 좋은 판결을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의 기대를 대법원 혼자의 노력만으로는 채우기 어렵다. 하급심을 통해 다양한 의견이 표현되어야만 대법원에서도 좋은 판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함께 능동적으로 노력해야 변화가 가능하다. 이 한 가지만은 당부하고자 한다.

김능환 대법관
"정직.합리적 재판 국민 기대에 부응"

대법관은 시대정신이 깨어 있으면서, 독립해 무엇이 정의인지 밝히고, 국민 각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라는 엄숙한 사명을 국민으로부터 부여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 사법에 있어 대법관이 지고 있는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 것인지, 심급 제도와의 관계에서 어떠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새삼 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과연 그 책임을 다하고 어려움을 극복해 낼 수 있을지 두려운 마음이다.

중국의 법철학자 오경웅 박사가 "국민은 법관이 완전 무결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직하고 공평하며 솔직하고 합리적이기를 기대한다" "법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관대하고 진실한 정신과 문제에 정면으로 대처할 마음의 용기다"라고 말한 것에 힘입어 국민이 부여한 대법관으로서의 소명을 감당하겠다.

안대희 대법관
"인권보장 최후 보루 사법부 독립에 최선"

사법부는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구성원 모두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상당한 수준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평가되나 아직 국민의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법부의 존립 근거인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항상 국민을 섬기는 자세를 잃지 않고 어떻게 하면 국민과 의사 소통하며 그들의 진실한 목소리와 숨결을 듣고 느낄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 또한 법치주의를 실현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신명을 바치고자 한다. 그리고 권력으로부터, 여론으로부터, 나아가 법원 내부로부터도 독립해 오로지 법률과 양심에 따라 심판하는 법관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

대법관 직분이 국민이 제게 부여한 소명이라 생각하면서 다짐들을 실천하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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