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인하 여파로 사라지는 '알짜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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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카드사가 단종시킨 카드상품이 73종에 달한다. 카드업계가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적자카드부터 손보는 중이다. [중앙포토]

올 들어 카드사가 단종시킨 카드상품이 73종에 달한다. 카드업계가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적자카드부터 손보는 중이다. [중앙포토]

“헉, 결국 ○○○카드가 단종의 길로 가네요. 체크카드인 데다 무제한 주유 할인 혜택이 있어 알차게 썼는데. 야무지게 남은 기간 써야겠어요.”

지난 11일 네이버 소비자카페에는 이런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스마트 컨슈머(똑똑한 소비자)'를 지향하는 이 카페에는 올해 들어 '알짜카드'(혜택이 많은 신용, 체크카드)의 단종 소식을 공유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혜택 많은 카드의 신규 발급이 곧 중단된다고 하니, 그 전에 가입하라고 권유하는 식이다.

6개 카드사에서 사라진 카드 73종

카드사가 기존에 있던 카드의 혜택만 축소해하려면 가입자들에게 변경 내용을 사전에 고지하고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카드 발급을 아예 중단하는 경우엔 이런 의무가 없다. 소비자 입장에선 알짜카드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져 버리는 셈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 등으로 카드 업계 수익률이 감소하면서 알짜카드가 사라지고 있다. 카드업계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요 6개 카드사에서 73종의 체크·신용카드가 신규 발급이 중단됐다. 2019년 1월부터 현재까지 국민카드(28개), 신한카드(17개), 롯데카드(11개), 현대카드(10개), 우리카드(4개), 삼성카드(3개)의 신규 발급이 중단됐다.

오는 7월 1일부터는 우리은행에서 3개 신용·체크카드(We'll Rich 100 GOLD, 컴퍼니ID_We'll Rich 100 GOLD, 우리 청춘100세 카드)의 신규 발급이 중단된다. 카드업계는 “혜택이 비슷한 상품을 정리하거나, 타사와 제휴기간이 만료돼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포적금’ 카드 단종에 ‘분실·훼손 신공’ 등장 

알짜카드 발급 중단에 소비자들은 크게 아쉬워하고 있다. 올해 카드사들이 신규 발급을 중단한 카드 중에는 소비자들에게 알짜카드로 불리던 카드가 여럿 포함돼 있다. ‘삼포적금’을 가능하게 하던 ‘전자랜드 삼성카드 7’이 대표적이다. 삼포적금은 삼성포인트를 적금처럼 모아 항공사 마일리지로 전환하는 것을 뜻한다. 여러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항공기 좌석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목표다. 이 방법이 가능하려면삼성포인트를 항공사 마일리지로 전환해주는 카드가 있어야 하는데, 삼성카드는 올해 초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항공사 마일리지 전환 혜택을 주는 카드를 더는 발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부 소비자들은 카드 혜택을 누리기 위해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삼포적금을 우회해서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KB국민카드의 ‘KB 골든라이프 체크카드’는 7월 5일부터 발급이 중단된다. 기존 회원은 유효기간 내 훼손, 분실 재발급은 신청이 가능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7월 5일 전에 훼손 재발급으로 신청하면 유효기간이 갱신된다고 해 바로 신청했다”는 후기가 올라와 있다. 이 게시글에는 "덕분에 재발급 신청했어요. 감사합니다"란 댓글부터, 갱신된 카드의 유효기간을 공유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7월 5일부터 신규 발급이 중단되는 KB골든라이프 체크카드(왼쪽)와 이미 단종된 삼성카드 전자랜드 7.

7월 5일부터 신규 발급이 중단되는 KB골든라이프 체크카드(왼쪽)와 이미 단종된 삼성카드 전자랜드 7.

수수료 인하 후폭풍…소비자 혜택 더 줄 듯

알짜카드는 앞으로 더 찾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5년 전 기준으로 수익성 분석을 해 출시한 카드인데,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줄어드는 상황에선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혜택을 줄여야 하는 부분이 있다. 향후 카드 수수료 인하가 계속되고, 또 금융감독원에서 새 상품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 지금처럼 혜택 많거나 강한 상품은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기본적으로 사업구조, 가맹점 수수료 인하라든지 수익성 보존 차원에서 역마진 상품들은 정리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향후 정부 정책도 알짜카드 단종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정부의 신용카드 수수료 태스크포스(상품수익성 분석 합리화 TF) 논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까진 기존 카드 상품을 없애진 않았지만, 결과에 따라 적절히 대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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