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북한 접촉 하냐"는 질문에 미소 지으며 묵묵부답

중앙일보

입력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연합뉴스]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27일 오후 한국에 도착했다. 비건 대표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발언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측 인사를 만날 계획이 있는지 묻는 기자들에겐 미소만 지었다.

비건 대표는 지난해 12월 방한 당시엔 공항 입국장에서 ”미국 국민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풀 수도 있다“며 작심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번엔 로우키로 입국하는 방식을 택했다.

북핵 실무협상 책임자인 비건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9~30일 방한에 앞서 한국을 먼저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직후 한국을 방문한다. 비건 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이 떠나는 30일 방한 일정을 마무리한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5월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5월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당초 이번 방문에서 비건 대표가 북한 측과 실무접촉을 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거론됐으나 관련 사정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그럴 가능성은 이번엔 현저히 낮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도 27일 “비건 대표가 서울을 벗어나 (북한과 실무접촉을 할) 가능성은 없는 건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간 실무접촉을 적극 타진해왔으나 북한이 소극적이었다는 게 복수의 외교소식통의 전언이다.

비건 대표는 28일 오전엔 카운터파트인 외교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고 오후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예방한다. 외교부 김인철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도훈 본부장과 비건 대표가) 북ㆍ미 대화 재개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양국 간 공조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방한 때마다 청와대를 방문해 국가안보실 정의용 실장과 김현종 차장 등을 만났으나 이번엔 정 실장과 김 차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모두 대통령을 수행해 G20에 참석해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 외의 27일 저녁이나 28일 점심 등은 모두 미국 내부 일정”이라고 말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면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19.5.10/뉴스1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면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19.5.10/뉴스1

미국 정부 인사 중 비건 대표는 대화파의 대표격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대북 강경파 인사와는 달리 북한에 대화 메시지를 교착국면에서도 지속 발신해왔다. 최근 이도훈 본부장과 함께 워싱턴 애틀랜틱 카운슬에서 공동 기조연설을 하면서도 “대화의 전제 조건은 없다”며 “대화의 문은 활짝 열려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외교 소식통은 “대화파인 비건 대표의 입지를 더 이상 어렵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움직일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29~30일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비무장지대(DMZ) 방문 일정을 검토 중으로, 성사될 경우 연설을 통해 대북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오후 오산 공군기지에서 미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비건 대표도 같은 날 서울을 떠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