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농민·노동자에 반미단체 섞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여기에는 정부의 졸속.비밀 협상 태도를 지적하며 '선(先) 대책마련, 후(後) 협상'을 주장하는 업종 대표 단체들뿐 아니라 반미(反美)성향의 자주노선을 표명하며 미국에의 정치.경제적 종속을 비판하는 재야단체도 포함돼 있다.

FTA 범국본은 지난달 한.미 FTA 1차 본협상 때 미국 워싱턴 원정시위를 한 데 이어 이번 2차 본협상에 대해서도 12일 광화문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겠다고 밝히는 등 조직적인 반대 운동에 나서고 있다.

교수.학술단체들도 '한.미 FTA 저지 교수.학술단체 공동대책위'를 구성해 성명서 발표, 세미나 개최 등 활발한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171명의 경제학자들은 최근 '한.미 FTA 협상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견해'란 성명서에서 "한국 경제와 사회에 심각한 파괴적 결과를 가져올 한.미 FTA 협상의 독단적 추진을 중단하고, 민주적으로 의견을 수렴하여 협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과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도 성명서에 참여했다. 이들 중에는 "협상을 하되 시간을 두고 철저히 득실을 따져야 한다"는 입장인 경제학자도 포함돼 있다.

◆ 다양한 색깔의 FTA 범국본=FTA 범국본은 3월 28일 출범했다. 올 초 정부가 한.미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면서 스크린쿼터 축소를 발표하자 영화 및 문화, 농민단체들이 주축이 돼 반(反)FTA 투쟁을 벌이다 조직이 확대된 것이다. 참여단체 대표들인 오종렬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의장, 박석운 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총장, 김태일 민주노총 사무총장, 최인순 보건의료노조 대표 등 13명이 FTA 범국본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FTA 범국본 참여단체 중 상당수는 한.미 FTA 체결로 피해가 예상되는 농민과 문화단체 등이다. 그러나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한 범대위'에서 핵심 역할을 한 반미(反美) 성향의 단체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한총련, 6.15 남북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 등 민족자주화를 주장하는 단체들도 많다. 이 때문에 한.미 FTA 반대 운동이 반미 운동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FTA를 지지하는 선진화국민회의의 서경석 사무총장이 "반미투쟁의 도구로 FTA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한.미 FTA를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 사이버 투쟁까지 계획=민주노총은 10일 "휴대전화 문자폭탄과 e-메일 폭탄으로 한.미 FTA를 막겠다"고 밝혔다. 2차 협상이 끝나는 14일까지 노무현 대통령과 미국 부시 대통령, 한.미 국회의원, FTA협상단, 외교통상부에 협상 반대 문자 메시지와 e-메일을 무더기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날 오후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국회 외교통상위 의원의 휴대전화번호와 양국 대통령의 e-메일 주소를 게시했다. 미국 상.하원 의원의 e-메일과 FTA협상단의 휴대전화 번호도 공개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사이버 투쟁은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통신부 정보통신보호팀 배성준 사무관은 "당사자 동의 없이 개인의 휴대전화번호 등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휴대전화 등에 메시지가 폭주해 해당자가 정신적인 피해를 보았을 경우 민주노총이 민사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병기.김기찬.권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