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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슈뢰더 연정 붕괴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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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이끄는 적(사민당).녹(녹색당) 연정이 최대 고비를 맞았다. '디 벨트' 등 독일 언론은 "슈뢰더 총리가 지난달 27일 사퇴용의를 내비칠 정도"라고 보도했다. 정권 붕괴 시나리오까지 나돌고 있다.

◇안팎 시련=2002년 총선에서 38.5%의 득표율을 얻었던 집권 사민당(SPD)은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당내 노선 갈등으로 인기를 잃고 있다.

시사잡지 슈테른과 RTL방송이 30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야당(기민.기사 연합)의 지지율이 50%인데 SPD는 26%에 그쳤다.

지난 21일 실시된 바이에른주 지방선거에서도 사상 최대의 패배를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내 좌파들은 계속 슈뢰더의 정책에 시비를 걸고 있다. 복지예산을 삭감하고 국가 경쟁력을 올리겠다는 슈뢰더의 '어젠다 2010'이 약자와 사회 빈곤층을 감싸야 하는 좌파 정신에 어긋나는 신자유주의라는 것이다.

지난달 27일에는 당무위원인 안드레아 나레스 등 6명의 중진 의원들의 항명 소동도 벌어졌다. '의료보험개혁 법안' 에 대한 찬성 당론을 거부하고 슈뢰더에게 "개념.전망.감각이 없다"고 대들었다.

◇배수진으로 버텨=사면초가에 몰린 슈뢰더는 배수진을 쳤다. 그는 '어젠다 2010'의 하원 통과에서 야당의 지지와 상관없이 연정 자력으로 과반수를 달성하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의 혼란을 책임질 수도 없고 책임지고 싶지도 않다. 1982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보라"며 호통쳤다. 당시 SPD는 당 분열로 지지율이 급감, 기민-기사 연합의 공세에 무너져 이후 16년간 정권을 내줘야 했다. 그러자 정부 대변인이 "그의 발언은 퇴진 위협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협박' 덕에 지난 주말 의료보험개혁 법안은 통과됐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당내 좌파와 소장 의원들은 슈뢰더의 당 총재직 사임을 요구하는 등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의 라인하르트 뷔티코퍼 당수도 30일 "이러다간 총선거를 다시 치를 수밖에 없다. 야당인 기민-기사 연합이 정권을 장악한다"고 경고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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