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제살깎기" 공방…수수료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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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동원증권이 업계 최초로 10월 중순 정액수수료(체결 주문당 7천원)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증권사 간에 수수료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경쟁 증권사들은 최근 2~3년간 평균 0.1% 내외를 유지해온 수수료 체계가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며 리서치센터를 내세워 동원증권에 맹공을 퍼부었다.

삼성증권은 30일 "동원증권이 정액 수수료율 체계를 도입한 것은 최근 하락한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동원금융지주의 주가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효과를 줄 전망"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그 근거로 ▶이미 저렴한 수수료율 체계가 있는 데다▶수수료율 인하에 따라 수입이 줄어드는 제살 깎아먹기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또 온라인 주식거래 전문 증권사인 키움닷컴이 0.025%의 수수료를 유지하는 등 수수료만 보면 이미 낮은 곳이 많아 고객들의 이동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대우증권은 모닝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대형 6개사의 수수료 수입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5.4%였는데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면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LG투자증권도 "정액제 도입으로 온라인 수수료는 17%, 전체 수수료는 6% 감소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원증권은 "정액수수료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거액 주문을 유치하고, 고객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며 "허수 주문도 줄어들게 돼 주문 속도가 빨라지고 거래 질서도 공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증시 전문가들은 "저금리와 장세 침체 때문에 수수료에 민감해지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어 증권사들이 수수료 인하 경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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