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수도권 러브콜 보내는데.… 유승민은 내년 대구를 고집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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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3일 자신의 현재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서 재출마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달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달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유 의원은 3일 오후 대구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개혁과 정치’를 주제로 특강을 열었다. 특강 직후 기자들과 만난 유 의원은 대구 동구을 재출마 여부에 대해 “저는 어려운 길로 간다. 절대 손쉬운 길로 가지 않는다”며 “제게는 대구 동구을이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저를 4번이나 뽑아준 대구 시민께, 그렇게 쉽고 편한 곳을 찾아서(떠나는), 그게 정당이든 지역구가 됐든 그런 정치 안 할 것”이라며 “제일 어려운 길로 꿋꿋이 가겠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이 공식적으로 내년 총선에서 출마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 의원은 17대 총선 당시 대구 동구을에서 처음 국회에 입성해 같은 지역에서 내리 4선을 했다. 진박감별사 논란이 벌어졌던 2016년 총선 당시 공천에서 배제되자, 탈당해 이 지역에서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러 당선됐다. 하지만 탄핵 과정에서 바른정당을 창당한 후에는 대구에서 ‘배신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간 야권에선 유 의원이 수도권에 출마해 보수진영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여러차례 나왔다. "대선주자였으며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 유 의원이 수도권에 출마한다면 우파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진보진영을 견제하는 좋은 카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한국당 관계자는 "당내 반대가 있지만, 중도확장이 필수적인 당 입장에서 유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이날 한국당과의 통합 등을 두고 거부감을 표했다. 그는 “국회의원 한두 번 더 하려고 정당을 옮길 수는 없다”며 “아직 한국당에서 개혁보수의 가능성이 전혀 안 보이는데, 그런 상태에서 보수통합 이야기를 꺼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유 의원 측 관계자는 “다음 총선에서 개혁보수 노선으로 당당하게 인정받겠다는 의지”라고 전했다.

유 의원의 이날 발언이 “원론적 수준이며, 대구 재출마 선언은 아니다”라는 분석도 있다. 한 바른정당계 의원은 “유 의원은 늘 어려운 길로 걸어왔고, 앞으로도 어떤 어려운 길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향후 한국당과의 통합 논의에서 결코 밀리지 않기 위해 유 의원이 계속 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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