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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호식이, 부산선 썬더가 치킨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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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회사 그만두면 치킨집이나 차려야지.” 직장인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하지만 ‘치킨집이나’라고 가볍게 봐선 곤란하다. 치열한 경쟁과 수익성 악화로 폐업이 속출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KB금융 치킨집 시장보고서 #전국 가맹점 1·2위는 BBQ·BHC #5년간 최다 창업 ‘통닭성지’ 수원 #시장 포화로 창업보다 폐업 많아 #작년 6200곳 문 열고 8400곳 닫아

3일 KB금융그룹이 ‘치킨집 현황과 시장여건 분석’ 보고서를 통해 치킨집 관련 통계와 상권 분석을 담았다. ‘KB 자영업 분석 보고서’ 시리즈의 첫 번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사업 경험이 없는 창업자들은 프랜차이즈 창업을 선호한다. 그중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5275만원 수준) 치킨집에 관심이 높다.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지난해 현재 409개였다. 가맹점 수는 BBQ(1659개)가 가장 많다. BHC는 2015년 873개였던 가맹점이 지난해 1456개로 늘었다. 업계 순위도 7위에서 2위로 올랐다. 이어 페리카나·네네치킨·교촌치킨의 순이었다.

지역별 대표 브랜드는 따로 있다. 대구에서는 호식이두마리치킨(84개)과 땅땅치킨(83개)이 가맹점 수 1, 2위를 차지했다. 울산은 처갓집양념치킨과 지코바가 공동 1위(38개)에 올랐다. 부산은 썬더치킨(109개)이 선두를 차지했다.

전국적으로 치킨집은 총 8만7000여 곳이 영업 중이다. 지난해 6200곳이 창업했고 8400곳이 문을 닫았다. 2015년부터 4년 연속 폐업이 창업보다 많았다. 인구 1000명당 치킨집 수는 전남(2.43개)이 1위였고, 광주광역시와 제주(2.34개)가 공동 2위, 충북(2.18개)은 4위였다. 전국의 시·군·구 중 치킨집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 수원(1879개)이었다. 이어 경남 창원(1688개), 경기도 부천(1683개), 충북 청주(1644개)의 순으로 나타났다.

수원은 영화 ‘극한직업’의 흥행 성공 이후 ‘통닭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최근 5년간(2014~2018년) 전국에서 치킨집 창업이 가장 많았던 지역(784개)이기도 하다. 특히 수원시청역 인근은 수원에서도 치킨집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하지만 경기침체의 여파는 통닭의 성지도 피해 가지 못했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상권분석에 따르면 수원시청역 인근 치킨집의 월평균 매출은 5751만원(3월 기준)이었다. 1년 전(7145만원)보다 19.5% 줄었다.

부천은 최근 5년간 치킨집 698곳이 문을 열고 988개가 문을 닫았다. 전국에서 치킨집 폐업이 가장 많은 곳이다. 부천에서도 치킨집 폐업이 가장 많은 곳은 심곡동이었다. 심곡동 치킨집의 월평균 매출액은 최근 1년간 4849만원에서 3938만원으로 18.8%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약 2조4000억원이던 치킨집의 총매출액은 2017년엔 5조원 수준으로 늘었다. 매출 증가율은 연평균 10%가 넘는다. 문제는 영업비용이 더 빠르게 늘었다는 점이다. 치킨집의 연간 평균 영업비용은 2011년 6200만원에서 2017년 1억1700만원으로 89%나 뛰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00만원에서 1360만원으로 32% 감소했다.

김태환 KB금융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치킨집 창업은 줄고 폐업은 지속하는 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진입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며 “소비자 선호도 빠르게 바뀌고 있어서 안정적인 영업여건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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