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내려야"…소수의견 등장에 통화정책 복잡해진 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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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장인 이주열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장인 이주열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닫혀있던 문이 살짝 열렸다.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등장했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한 금융안정에 방점을 찍었던 통화정책이 경기부양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연 1.75%로 동결 #주요 기관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시장금리 역전, 기준금리 인하 압력 커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31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6개월 연속 동결이다.

 기준금리 동결은 예상된 바다.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운 건 금리 인하 소수의견의 등장 여부였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의 가늠자기 때문이다. 이날 금통위에서 조동철 위원이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주장하면서 시장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2016년 4월 이후 3년1개월만에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이 등장했지만 금리 인하 깜빡이를 켠 것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다. 이주열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둔화에 대해)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금리를 내릴 때가 아니라는 기존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럼에도 소수 의견 등장에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1분기 경제성장률(-0.3%)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국내외 기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조정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기존보다 0.1%포인트 낮췄다.

 수출과 투자 부진 속에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 금리 인하에 대한 안팎의 압력도 커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주문했다.

 시장 금리도 금리 인하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 29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2013년 3월 이후 6년2개월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통화정책 정상화로 방향을 틀며 돈줄을 틀어줬던 주요국 중앙은행의 움직임도 달라질 태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리처드 클라리다 Fed 부의장은 지난 30일(현지시간) 뉴욕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만약 경기전망이 악화하는 위험을 보게 된다면, 이는 더욱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요구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 의견 등장에도 한은이 서둘러 금리 인하쪽으로 기수를 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1분기 성장은 부진했지만 수출과 투자 부진 정도가 완화되고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에 힘입어 성장 흐름이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에 대한 판단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저물가와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한은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드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한 만큼 한은이 7월 수정경제전망에서는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를 공히 추가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이며 4분기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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