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 40% 미혼자녀·노부모 이중부양…빈곤층 전락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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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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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장년층의 약 40%가 노부모와 성인기 미혼자녀를 함께 부양하는 ‘이중부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중장년층 가족의 이중부양에 대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장년 1000명 중 39.5%가 만 25세 이상 미혼 성인 자녀와 노부모를 함께 부양하고 있었다. 미혼 성인 자녀나 노부모만 부양하는 단일부양 비율은 37.8%였다. 이들을 모두 부양하지 않는 비(非)부양은 22.7%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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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소득 수준별 이중부양 비율은 월 200만∼299만원(33.8%), 300만∼399만원(38.8%), 400만∼499만원(39.6%)까지는 40%이하였다. 500만∼599만원(48.0%), 600만∼699만원(42.8%), 700만∼799만원(50.4%), 800만원 이상(56.1%) 등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이중부양 비율도 높아졌다. 연령별 이중부양 비율은 55∼64세(48.7%)가 45∼54세(29.7%)보다 16.6% 포인트 높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실태조사 보고서 #고용 환경 불안정해지며 불안 휩싸여 #은퇴연령 높여 경제 스트레스 덜어줘야

[자료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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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의 이중부양 부담은 컸다. 월평균 부양 비용이 전체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17.7%로 5분의 1에 근접했다. 중장년층이 부양하는 미혼 성인 자녀 또는 노부모에게 지원한 현금은 2018년 기준으로 과거 1년간 월 평균 115만5000원이었다. 정기적 지원 금액이 월평균 65만3600원, 비정기적 지원 금액이 월평균 50만4100원이었다.

하지만 피부양자가 중장년층에게 지원한 현금은 월평균 17만6400원으로 중장년층 지원 금액의 약 7분의 1 수준이었다. 피부양자는 중장년층에게 정기적으로 월평균 9만7600원, 비정기적으로 월평균 7만7800원을 지원했다.

[자료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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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대상 중장년층의 50.3%가 이중부양 전후 가족생활에 변화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이 꼽은 변화 중에는 가족 간 협동심·친밀감 증대(23.7%)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그 외의 답변에선 일상생활 제약(16.0%), 경제생활 악화(13.7%), 형제자매 및 가족 간 갈등 증가(11.4%), 신체 및 정신건강 악화(8.2%), 피부양자와 갈등 증가(7.0%) 등 부정적인 내용이 많았다.

김유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장년층은 본인 노후뿐 아니라 성인 자녀와 노부모에 대한 이중부양으로 경제적 부담이 상당히 큰 세대”라며 “특히 고용환경이 불안정해지면서 노인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들이 고용불안에 휩싸이고 경제적 부양 스트레스와 갈등에 노출되지 않게 은퇴연령을 상향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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