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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당뇨·표적항암·자가면역, 혁신신약 부푼 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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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호 14면

경기도 기흥에 자리한 GC녹십자의 R&D센터에서 연구원이 실험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10.9%인 1459억원을 R&D 투자비로 썼다. 또 국내 제약사 가운데 이례적으로 지난해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R&D 목적의 현지 법인 ‘큐레보(Curevo)’를 설립해 현지 연구기관인 이드리(IDRI)와 협업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GC녹십자]

경기도 기흥에 자리한 GC녹십자의 R&D센터에서 연구원이 실험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10.9%인 1459억원을 R&D 투자비로 썼다. 또 국내 제약사 가운데 이례적으로 지난해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R&D 목적의 현지 법인 ‘큐레보(Curevo)’를 설립해 현지 연구기관인 이드리(IDRI)와 협업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GC녹십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내 바이오헬스산업을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3대 신산업으로 규정하고, 2030년까지 5대 수출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날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서다. 문 대통령은 “자금이 없어서 기술 개발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 연구개발(R&D) 투자를 2025년까지 연간 4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와 시설투자 비용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GC녹십자 첫 프리미엄 백신 도전 #동아에스티 ‘슈가논’ 해외 공략 #보령제약, 한·미 임상 1상 채비 #종근당 치료제 ‘CKD-506’ 주목 #해외에 생산공장·R&D 법인 세워 #정부는 “바이오헬스 적극 키울 것”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코오롱 인보사 사태 등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뒤숭숭한 가운데 정부가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의지를 밝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와 해외 진출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이미 복제약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세계 시장을 판을 흔들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상당수는 의미 있는 성과도 내고 있다.

독감과 수두 등의 백신 명가인 GC녹십자는 의약품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미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법인 ‘큐레보(Curevo)’를 세우고 차세대 대상포진 백신 ‘CRV-101(프로젝트명 MG1120)’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 1상 단계인 ‘CRV-101’은 차세대 대상포진 백신으로, 기초 백신에 집중하던 GC녹십자의 첫 프리미엄 백신 개발 과제다. 큐레보는 백신 임상개발 경험이 풍부한 미국 현지 연구기관인 이드리(IDRI)와 협업해 애초 목표대로 임상 진입에 성공했다.

국내 제약사가 R&D를 위해 해외에 별도 법인을 세운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GC녹십자의 지난해 R&D 투자비는 145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0.9%). GC녹십자 관계자는 “세계에서 통하는 제품을 만들려면 미국이란 산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며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미국에서 의약품 허가를 받으면 안전성·효능을 인정하는 국가가 많아 시장 확대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지난해 전체 매출의 13.5%를 R&D에 투자한 동아에스티는 자체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슈가논은 에보글립틴 5㎎을 주 성분으로 하는 당뇨병 치료제다.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26호 신약으로 허가받아 2016년 3월 국내에서 먼저 발매했다. 동아에스티는 올해를 슈가논 수출의 원년으로 잡고 있다. 슈가논은 지난 4월부터 인도에서 ‘발레라’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 신약의 첫 수출 사례다.

동아에스티는 2012년 말 인도 제약사 알켐과 인도·네팔에서의 슈가논 개발·판매에 관한 기술수출 계약을 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인도 의약품관리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러시아와 브라질에서도 임상 3상을 완료해 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세계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2022년 661억 달러(약 77조)에 이를 전망으로 항암제 다음으로 큰 규모”라며 “R&D 투자를 늘려 혁신신약을 계속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344억원(전체 매출의 7.2%)을 R&D에 투자한 보령제약은 항암제 선두 기업으로 나서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보령제약은 표적항암제인 동시에 면역항암신약인 ‘BR2002’ 프로젝트의 한국·미국 동시 임상 1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PI3K와 DNA-PK에 모두 작용하는 이중기전 혁신신약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PI3K는 세포에서 신호 전달 과정을 조절하는 효소다. PI3K가 악성 종양에서 과도하게 발현되면 암세포가 증식하거나 전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NA-PK는 세포의 DNA 손상을 인지하고 수선을 담당하는 효소다.

보령제약은 이와 더불어 최근 충남 예산에 기존 안산공장 대비 생산능력을 3배로 끌어올린 신생산단지를 완공했다. 자체 개발한 고혈압 신약 카나브 등의 국내외 공급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카나브는 2010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공식 허가를 받은 국내 15호 신약이자, 국내 첫 고혈압 신약이다. 51개국에서 5071억원에 이르는 기술수출 계약을 했다.

매출 ‘1조 클럽’을 노리는 종근당도 지난해 1137억원(전체 매출의 12.1%)을 R&D에 쏟아부으며 혁신신약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것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KD-506’이다. 염증을 감소시키고, 면역 항상성을 유지시키는 새로운 작용기전의 치료제다. 현재 유럽 5개국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a상을 진행하고 있다.

종근당은 또 미국에서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희귀질환인 헌팅턴 질환 치료제 CKD-504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CKD-504가 순항하면 세계 최초로 인지기능과 운동능력을 동시에 개선시키는 헌팅턴 질환 치료제가 된다. 종근당은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항암제 공장을 준공하고,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승인을 받았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으로, 제약시장 규모도 지난해 기준 7조9000억원에 이른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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